학생 시절,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워크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프로그램 중 이탈리아, 일본, 모로코, 체코 등 여러 나라 친구들이 돌아가며 모국 음식을 선보이는 과정이 있었다. 당시, 어설픈 요리 솜씨로 만든 불고기와 감자전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외국인 친구들을 기억한다. 프랑스 꼬마 녀석 하나는 요리 재료로 가져간 고추장에 바게트를 찍어 먹는 엽기 행각을 보이기도 했는데 결국 남은 고추장을 선물로 주고 와야 했다. 그들로서는 생전처음 맛보는 한식인 셈인데, 나로선 내심 신기했다. ‘외국인들이 우리 음식을 이렇게나 좋아하다니!’

한식 세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가 이미지 조사에서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이란 질문에 1위가 ‘김치 등의 한국 음식’으로 나타났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김치와 불고기를 즐겨 먹는가 하면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의 비밀은 한국의 비빔밥”이라고 밝힌 적이 있을 정도다. 사실, 한식이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은 한두 해 사이의 일이 아니다. 뉴욕, 파리, 빈 등지에서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더 많은 한식당도 늘고 있다고 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공신력을 얻은 김치를 비롯해 불고기, 갈비, 비빔밥, 떡볶이 등 외국인들에게 주로 사랑받는 한식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 방문 이유 1위도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어서’일 정도이다(2006, 문화관광부,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이에 정부에서도 한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월 한식세계화추진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단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차관, 학계, 식품업계, 농어업계 인사 36명으로 꾸려졌다. 일본에서 한식당 ‘고시레’를 운영하는 배우 배용준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식세계화추진단 자문위원인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씨는 “한식은 세계적인 음식이 될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식 세계화 홍보대사로는 가수 비가 위촉되었다. 비는 “한식은 내게 어머니와 같은 음식, 한식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려서 김치와 떡볶이를 전 세계인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단품 한식인 비빔밥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공연도 등장했다. <난타> <점프>를 제작한 최철기 감독이 연출을 맡은 <비밥코리아>는 세계 최고 비빔밥을 만들기 위한 요리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무언극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는 한식 세계화. 맛있는 음식을 우리만 먹긴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60억 세계인이 손쉽게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이러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이다.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코리아>

음식을 소재로 한 독특한 공연이 나왔다. 요리사 8명이 요리 달인에게서 비법을 전수받아 최고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비밥코리아>가 바로 그것. <난타> <점프> 등 비언어극으로 국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최철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언어 장벽을 깬 무언극으로 각종 영상기법, 비트박스, 아카펠라, 비보잉 등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세계화 전략의 하나로 CJ그룹과 공동으로 제작한 이 공연은 앞으로 국제영화제, 국빈 행사 등 다양한 국내외 행사에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취재_ 홍유진

by 트래블러 2011. 4. 7.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