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걸레를 하나씩 가져오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모든 아이가 그 준비물을 갖추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숙제를 이해하지 못해 아이에게 물티슈를 들려 보낸 엄마도 있고, 아예 챙겨주지 못한 엄마도 많았다. 이윽고 반의 모든 아이가 걸레 하나씩을 준비하고 나자 선생님은 매일 점심시간 전에 걸레를 깨끗이 빨아서 각자의 책상을 닦으라고 시켰다. 당연히 처음에는 다들 투덜대면서 걸레 빨기와 책상 닦기에 질색했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작은 습관에 아이들이 점점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전에 의무적으로 실천해야 할 작은 의식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깨끗한 책상에서 식사하는 청량감, 깨끗한 걸레에 묻어나는 얼룩과 먼지를 보면서 청소하는 재미는 덤이었다.

정리 첫 단계, 미련 없이 버리기
“책상을 매일 닦는다는 작은 습관 하나로도 아이들은 위생적인 식사 환경, 청소하는 즐거움, 친구들과 함께 같은 의식을 치른다는 동지애 등등 많은 것을 얻었어요. 이게 바로 정리의 힘을 보여주는 아주 간단한 예죠.”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 씨는 이처럼 작은 실천으로 삶의 질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정리’의 중요성을 이곳저곳에 전파하고 있다. 세상에, 정리가 직업이 될 수 있다니, 우리는 참으로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또한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세계다. 미국에서는 전미정리전문가협회(NAPO)에 가입된 회원 수가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직업이다. “정리란 시간과 공간, 나아가 인생의 질서를 잡는 일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 정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가 있죠. 하지만 대부분이 막상 정리를 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고 해요. 하지만 뭐든지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하나예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고 ‘선택’하는 것.” 정리 초보자의 첫걸음은 바로 ‘버리는 일’이다. 한 곳에서 안정된 삶을 살거나 한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알게 모르게 부산물이 쌓이기 십상이다. 필요 없는 물건이나 쓸데없는 데 소비하는 시간이 무엇인지 판단해 그것을 버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찌꺼기가 많이 끼어 있는 삶에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버릴 건 버려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라야 진정 가치 있는 기준을 찾고 나만의 삶의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겁니다. 그 첫 단계로 저는 일단 서랍을 모두 뒤집었다가 다시 넣어보라고 권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거든요.” 윤선현 씨는 매일 15분씩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잡다한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정리력’은 사실 사소한 습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매우 쉬워 보이지만, 사실 오랜 기간 익숙해진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 습관을 만들어주는 일이 바로 정리 컨설턴트의 몫이다. 그래서 윤선현 씨는 ‘정리력’을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100일 정리력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가지씩, 100일간 윤선현 씨가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로 이는 100일 만에 끝낼 수도 있고 1년,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지갑을 정리해보세요’, ‘서랍 하나를 정해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적어보세요’와 같은 쉬운 미션이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 94가지를 실천하신 분이 있어요. 현재까지는 그분이 최고죠. 처음에는 정리력을 키워볼까 하고 오셨는데 지금은 정리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양성 과정을 듣고 계세요. 저의 든든한 동지가 되었죠.”
두 번째 단계, 정리의 연쇄작용 경험하기
요즘 그는 한 아카데미를 통해 주부들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정리력 강의를 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기수를 선발하며, 현재 10기까지 그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조금씩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어떤 미용실 원장님은 소비 습관에 변화가 생겼다고 해요. 돈이 있으면 다 쓰고 보는 스타일이었는데 꼭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소비 패턴을 바로잡게 된 거죠. 또 늘 책상이 난장판이었던 직장인에게는 ‘프린트하는 습관을 버리라’는 조언을 드렸죠. 서류 정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책상이 어지러운 경우가 많거든요. 꼭 필요한 자료만 한 곳에 두고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해요.” 공간을 깨끗이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리된 공간을 얻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의식이 생기고 나아가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것이 윤선현 씨의 주장이다. 단적으로 집 안이 어지러우면 필요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손님을 초대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니 이는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맥이 모두 하나로 얽혀들어가는 것. “정리의 핵심은 시간, 공간, 인간(인맥)의 삼간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소한 습관이랄 수 있는 정리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거고요. 따라서 처음 시작하시는 분에게 매일 한 가지씩 미션을 정해 정리를 하시되 최대 15분을 넘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15분이 넘으면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요. 즐거운 일이어야 매일 하고 싶어지잖아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국내 1호 정리 컨설턴트’라는 그럴듯한 직함을 갖게 된 것은 실로 우연한 기회였다. 사회 초년생 때 우연히 읽은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책의 저자인 로타르 J. 자이베르트가 미국에서 정리 전문가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사람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원래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해주는 일이잖아요.” 정리 컨설턴트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앞으로 딱 10년만 직장생활을 하자’고 결심했고, 결국 그 결심을 실현했다. 직장생활 10년째인 올해 5월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베리웰 정리 컨설팅’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린 것이다. 철저한 시간 관리의 의지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아직은 1인 기업에 불과하지만, 점점 제 이야기에 공감하는 동료가 늘고 있어요. 10년 전 꿈을 실현시켰듯이 지금 꾸는 10년 후 꿈도 반드시 이뤄질 거라 믿습니다. 제가 몸소 ‘정리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 추천!
주부들이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정리 미션
정리란 단순히 공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청소의 일환이 아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종의 훈련이다. 윤선현 씨가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정리 미션을 추천했다. 한 달 동안 실천하면서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해보자.

1 쇼핑- 합리적인 소비 습관 만들기
쇼핑 전 리스트 작성하기 / 물건 구입하기 전 ‘꼭 필요한 물건일까?’ 3번 질문하기 / 쇼핑하는 시간과 돈에 대한 규칙 정하기
2 수납 -수납장 하루 한 칸씩 정리하기
모두 비우고 하나씩 집어넣으며 분류하기 / 보관 및 옮길 것, 버릴 것, 고민되는 것을 구분해 임시 보관함에 넣기 / 서랍 속 물건 재고조사표 작성하기
3 청소 - 우리 집 청소 문화 만들기
일주일에 1회, 20분간 가족 대청소 시간 갖기 / 개인별 담당 구역 정하기 / 청소 후 가족과 함께 청소 소감 나누기
4 잡동사니 버리기 - 집 안에 여유 공간 만들기
외출할 때 하루 1개씩 물건 버리기 / 쇼핑 1개당 1개씩 버리기 / 책과 옷 등의 물건에 유효기간 정하기
by 트래블러 2010. 12. 8.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