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아이돌 동방신기가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팀을 나가 JYJ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남은 멤버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둘뿐. 사실 이들이 예전 명성을 이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슈퍼 아이돌 동방신기가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팀을 나가 JYJ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남은 멤버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둘뿐. 사실 이들이 예전 명성을 이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컴백곡 ‘왜(Keep Your Head Down)’는 3개 방송사 1위를 석권하며 그들의 에너지가 건재함을 알렸다.

“사실 저희 둘이 컴백하기까지 걱정하시는 분도 많았고 비판의 소리도 많았어요.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속상하던 건 ‘과연 너희 둘이서 될까?’라는 말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동방신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 같아요.” (유노윤호)

“저희가 유달리 긴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었어요. 재중, 유천, 준수 없이 이제는 2명만으로도 동방신기 느낌이 나야 하니까요. 그 엄청난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이었죠.” (최강창민)

다시 정상의 위치에 서기까지

지난달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동방신기는 해체 당시의 심경과 컴백하기까지의 힘든 과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우정과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20대 건강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희 둘은 정작 아무런 심경의 변화가 없었고 선택의 갈래에 섰던 것도 아닌데, 분리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갑자기 찾아왔다는 게 억울했어요. 저희는 예전 그대로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요. 지금은 저희 둘이라도 더 열심히 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노윤호) 무대에 서지 못한 2년 3개월 동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간절함이 더욱 커졌다는 동방신기. 이윽고, 이들은 올해 초 잠실 주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컴백 무대를 가졌다. 10만 명의 관중 앞에서 둘은 데뷔 무대 때보다 더 떨리는 경험을 했다. 과연 다섯 명의 몫을 둘이서 다 해낼 수 있을까, 오래 기다려준 팬들을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의 귀에 들려온 열화와 같은 함성은 그런 우려가 그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다른 가수들의 팬들도 같이 함성을 질러주셨어요. 몇 만 명이었는데 그 소리가 제 심장을 쿵 때리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최강창민) “사실 저는 되게 울컥했어요. 공백 기간에 무대를 바라보는 느낌이 가슴 아팠거든요. 내가 지금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언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서서히 동방신기가 잊히고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우연히 만난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요즘 가수 누구 좋아해?’ 물어봤더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만 얘기하는 거예요. 동방신기는 아예 몰라요. 이대로 계속 가면 정말 위험하겠구나 생각했죠.” (유노윤호)

하지만 기우였다. 첫 무대부터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타이틀곡 ‘왜’는 1월에 나오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음반 판매량 1위를 석권했고, KBS2 <뮤직뱅크> 등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3월에는 후속곡 ‘이것만은 알고 가’도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도 우리 둘이서 할 수 있구나. 불안해하시는 분들의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게 우리가 잘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최강창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동방신기’란 이름을 지키겠다는 일념 덕분이었다.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둘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찰떡궁합이던 건 아니었다. 툭 까놓고 말해, 이들은 서로에 대한 첫인상을 ‘최악’이었다고 말한다. 각자의 성격과 성향, 데뷔 과정도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에이플러스’라는 광주의 유명한 댄스팀에서 활동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그러다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SM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됐죠.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제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특히 엄격하던 아버지는 제가 서울을 오가며 데뷔를 준비할 때도 결코 가수 활동을 허락하지 않으셨죠.” (유노윤호)

유노윤호의 아버지는 “너를 제일 아껴주고 믿어주는 아빠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노래로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냐? 그러니 넌 준비가 덜 된 거다”라며 아들의 근성과 오기, 자질에 대해 시험 아닌 시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의 깊은 뜻을 미처 몰랐던 그는 그렇게 그냥 가출을 결심, 상경하기에 이른다. “저는 대회에서 뽑히면 준비해서 바로 데뷔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왔는데 소속사 문을 여니까 저 같은 애들이 1백 명은 있는 거예요. 그때의 막막함이란….”

반면 최강창민은 매우 운 좋은 케이스로, 우연히 관계자 눈에 들어 개인 오디션을 보고 바로 계약서를 썼다. “사실 저는 가수의 꿈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중3 때 어느 날, 체육시간에 친구와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웬 여성분이 이상한 눈빛으로 계속 절 쳐다보시더라고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저를 잡고 ‘SM엔터테인먼트인데 오디션 볼 생각 있느냐’며 명함을 건네주셨어요.”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오디션을 본 그는 단 한 번도 춤을 춰본 일이 없어 ‘춤을 춰보라’는 면접관의 요청에 그저 ‘군대박수’로만 일관했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 SM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했다. 유노윤호가 수많은 오디션을 통과해 어렵게 연습생으로 1년을 보내고 나서야 계약할 수 있었던 경우를 생각하면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윤호 형과 첫 대면을 했을 때가 아직도 생각나요. 날카롭게 생긴 형이 저한테 다가와 맨 처음 한 말이 뭔 줄 아세요? ‘적당히 하다가 연습생 그만둘 거면, 지금 당장 때려치워요.’ 저는 이게 뭔가, 싶었죠. 무섭기도 했고요.”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의 찰떡 호흡

그러나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 근성을 지닌 최강창민은 피나는 노력으로 전국의 내로라하는 춤꾼들 못지않은 실력파로 변신해갔다. 그저 실력 없는 낙하산 취급을 하던 유노윤호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동방신기의 멤버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파란을 일으켜 국내는 물론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명성을 떨치며 승승장구하던 동방신기. 많은 팬에게서 사랑을 받고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20대 건강한 청년으로서 누리지 못한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애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이상형은 어떨까.

“저는 성격을 많이 봐요. 그리고 멤버들 사이에서는 주로 리드하는 편이었는데, 연애할 때는 오히려 저를 리드해주는 여자가 좋아요. 잘못된 점이 있으면 콕 짚어 지적해줄 줄 알고요. 똑 부러지는 여자라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노윤호) 최강창민은 1년 전까지 여자친구가 있었음을 고백하며 자신이 선호하는 이상형에 대해 밝혔다. “주로 특정 행동이나 말하는 모습에서 호감을 느끼는 편이지만 외모를 안 본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저는 한예슬 선배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시, 분을 쪼개는 바쁜 일정과 ‘열성팬’들의 뜨거운 감시 속에서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할 법하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도 틈새는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저는 연애에 대해서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3년씩 세 번 사귀었거든요. 상처받는 게 싫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번 선택한 여자와는 길게 연애하는 편이에요.” (유노윤호)

동방신기 두 청년이 꿈꾸는 사랑

바쁜 시간에 쫓겨 연애는커녕 여자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거란 선입견과는 달리 평범한 연애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강창민은 삐친 여자친구를 위해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스케치북 이벤트(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도 해줄 정도로 정성을 쏟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첫 키스는 어땠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가 있어요. 당시 여자친구가 취해서 저를 불러냈어요. 제가 부랴부랴 찾아갔는데 ‘당장 여기서 나에게 뽀뽀해. 못 하지? 이게 우리 한계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입고 있던 후드티로 얼굴을 가리고 짜릿한 키스를 했죠.”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은 유노윤호는 “원래 스물일곱에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건 힘들 것 같고 새로운 목표를 서른두 살로 잡았다”며 결혼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최강창민 또한 “현명하게 내조를 잘 해줄 수 있는 여자이면 좋겠다”며 “만 나이 서른을 넘지 않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독특한 결혼관을 밝혔다. 여자 나이 서른을 맥시멈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연상이든 연하든 상관없지만, 여자가 서른을 넘으면 아이를 늦게 낳는 게 좀 힘들 것 같아서”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행히 이상형이 전혀 달라 여자 때문에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씨익 웃는 두 사람. 예전보다 더욱 단단하고 끈끈해진 이들의 우정을 응원하고, 아팠던 만큼 성숙하길 바란다.

이젠 동방신기가 아닌‘JYJ’… 재중, 유천, 준수의 요즘

JYJ는 동방신기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분쟁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이들의 무대를 보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각 방송국 가요 프로그램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JYJ를 쉽사리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다 보니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는데, 김준수는 방콕 공연 전에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앨범이 미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았는데도 빌보드 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음반 5위에 올랐어요. 또 카니예 웨스트, 로드니 저킨스 같은 아티스트가 앨범에 참여했는데 팬들 외에는 잘 몰라요. 좋은 곡으로 앨범 퀄리티에도 자부심이 있는데 한국에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JYJ는 국내 활동에만 연연하지 않고 보다 넓은 무대에서 맘껏 비상하고 있다. 지난 4월 방콕과 대만을 시작으로 열린 ‘JYJ 월드투어 콘서트’는 전 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중이 직접 무대 연출을 맡을 정도로 엄청난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등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해 합격점을 받은 유천을 비롯, 조승우를 능가하는 티켓파워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준수는 아예 ‘뮤지컬돌’로 불린다. 재중 또한 일본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 등에 출연하는가 하면 국내 드라마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정 싸움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이를 통해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JYJ인터넷방송국’을 설립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사이트를 닫아버리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심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서 SM엔터테인먼트와 동방신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앙금은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멤버들끼리의 문제는 아니에요. 주위에서 오해와 거짓이 있었다고 봐요. 개인적으론 지금이라도 오해를 풀 수 있어요. 멤버들에게 이 자리에서 문자도 보낼 수 있고요. 사실 제 휴대폰 초기 화면도 아직 동방신기인걸요.”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중이 이렇게 말한 것처럼, 어서 앙금을 털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JYJ 멤버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by 트래블러 2011. 5. 31. 23:29

영화 <닌자 어쌔신> 기자회견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9개국, 2백여 개 매체, 5백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그만큼 월드스타 비, 한국인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의 원톱 주연을 맡은 그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닌자 어쌔신>은 워쇼스키 형제가 할리우드 명제작자 조엘 실버와 손잡고 10년을 준비한 액션 블록버스터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극중 비는 자신을 살인병기로 키운 닌자 조직에 복수하는 암살자 ‘라이조’ 역을 맡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스피드 레이서> 때부터 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인 워쇼스키 형제는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비를 점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쇼스키 형제의 신작, “주인공은 바로 너”

“<스피드 레이서>를 촬영할 때 워쇼스키 형제가 닌자 관련 영화를 준비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제가 참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촬영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눈도장을 찍고 열심히 이들 곁에 붙어 다녔죠. 그러던 중에 ‘레인이 액션을 잘한다더라’는 소문이 났고, 워쇼스키 형제가 액션을 보고 싶다고 해 보여줬어요. 그랬더니 일주일 뒤에 닌자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하더라고요.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니 ‘바로 너’라고 하지 뭡니까? 번개에 한 방 맞은 느낌이었어요.”

이것은 비에게 엄청난 기회였다.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할 때도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그였다. 할리우드 배우 생활의 초석이 될 이번 작품에 남다른 각오로 덤빈 것은 당연지사. 워쇼스키 형제도 그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고 한다. “팝스타 비는 잊어라, 인간 정지훈을 잊어라. 너는 격투기 선수고 킬러다”라는 것. 그리고 그는 영화에 참여한 8개월 동안 꼭 그렇게 살았다.

“평소에도 늘 이 악물고, 정말 죽기 살기로 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느꼈던 것 같아요. 스턴트 장면도 90% 이상 제가 다 했고요. 특히 몸을 가볍게 만들고 체지방을 다 빼야 했는데 무척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그는 소금과 설탕을 전혀 먹지 않는 식이요법으로 체지방을 거의 0%에 가깝게 뺐고, 상상을 초월하는 운동량으로 근육을 키웠다. 몸에 지방이 생기지 않고 몸속 노폐물을 그대로 배출하도록 채소는 무조건 데쳐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 와인에 절인 닭가슴살을 먹었고, 2주에 한 번 아무 양념도 하지 않은 채 물에 삶은 순살코기를 먹었다. 심지어 외식할 때도 ‘소금이나 후추, 설탕 다 빼달라’고 별도로 주문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했다.

“근육 만들기와 무술 연마를 8개월간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늘 정신적으로 화가 많이 난 상태였던 것 같아요. 길을 가다 누가 째려봐도 시선을 피하지 않을 정도로 전투적으로 변했죠. 촬영이 끝나면 진짜 격투기 대회에 나가야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전에도 몸이라면 자신 있던 비였다. 그런 그를 뼈를 깎는 다이어트 요법과 운동으로 진정한 조각 몸매로 변신시킨 일등 공신은 영화 <300>의 무술팀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네 몸이 매우 달라질 테니 단계별로 사진을 찍겠다”고 선포(?)하며, 지옥 훈련을 시켰다. 트레이닝팀은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도 우리가 트레이닝했는데 네가 제일 못하는 것 같다”며 비를 살살 약 올려, 오기로 더 열심히 하게 했다고 한다. 나중에 10단계에 걸쳐 변한 비의 몸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면, 가난 때문에 치료 한번 제대로 못 받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힘들 때마다 이끌어준 그리운 어머니

육체적으로 극한까지 밀어붙이다 보니 정신적인 한계를 느끼는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무대 위에서 좋아하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드라마나 영화도 찍고 싶었다.

‘이대로 계속해야 할까?’ 8개월간 수도 없이 스스로 던진 질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그런 마음을 다잡은 것은 첫째가 ‘팬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팬들에게 ‘아주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작품을 해서 세계 시장에 내놓겠다’고 장담한 기억이 났다. 두 번째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만둘 수 없었다. 마음이 약해지지 않게 아침마다 미국 진출에 관해 쓴 왜곡 기사나 안티 팬들의 글을 스크랩해놓고 읽으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의지도 불태웠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10시까지 계속 레슨을 받고 운동하는 생활을 하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자정에 들어오곤 하셨거든요. 어머니나 가족을 떠올리면 ‘이것도 못 견디다니 배가 부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배고프던 시절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지난해, 비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내 삶의 원동력은 어머니’라고 밝힌 바 있다.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던 비의 어머니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다고. 치료에 필요한 인슐린을 살 돈이 없어 결국 2000년, 어머니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당시 아픈 어머니를 위해 어떤 것도 해드릴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무척 힘들었다는 비. 투병을 하면서도 부은 몸을 이끌고 노점상 일을 하던 어머니를 기억하기에, 그는 잠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이번 <닌자 어쌔신>을 찍을 때도 힘들 때마다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였다. 이렇듯 지독하게 힘든 시절을 거쳐 왔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러한 그의 열정에 조엘 실버도 “앞으로 엄청나게 큰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유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이소룡, 성룡, 이연걸 등의 뒤를 이을 ‘넥스트 액션 히어로’로 그를 점찍어두고 있다.

“미국에서 이소룡이나 성룡을 모르면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만큼 인지도가 대단해요. 제가 ‘넥스트 이소룡’ ‘넥스트 성룡’이라고 불린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죠.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도 액션 영화를 수도 없이 봤어요. 특히 이소룡, 성룡 영화를 보면서 연구하고 액션 동작들을 춤 동작 외우듯 달달 외워 몸에 익혔어요. 한편으론 ‘분명히 그들과 달라야 한다’고도 생각했죠. 라이조만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액션팀과 쉴 새 없이 연구했어요. 일단 닌자는 늘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이기에 낮은 포복, 기마 자세부터 연습했고요. 각국의 복싱, 가라테, 쿵후 챔피언뿐 아니라 텀블링 챔피언, 성룡, 이연걸 액션팀의 멤버에게서도 배웠어요.”

실제로 영화에서는 그가 전수받은 복싱, 가라테, 쿵후 동작들이 다채롭게 반영되고 칼, 체인, 표창 등 별별 무기가 화려하게 선보인다. 최고 스태프들이 모여 최선의 트레이닝을 제공했고, 또 비 특유의 성실함으로 완성된 라이조는 확실히 매력 있는 암살자 캐릭터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10시까지 지옥의 훈련을 받을 때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셔도 나와 동생을 위해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일하셨거든요. 어머니를 떠올리면 ‘이것도 못 견디다니 배가 부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배고프던 시절을 생각하기도 하고요.”

이제, 세계 전역에 내리는 ‘Rain’

비가 본격적으로 미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1백 인’에 올랐을 때부터였다. 드라마 <풀하우스>의 인기에 힘입어 홍콩에서 시작된 비 열풍은 아시아 전역으로 번졌고 일본과 멀리 유럽에서도 비 팬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아시아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로 <타임>지에 유수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된 비에게 각종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미국에 진출할 때 <타임>지가 선정한 1백 인에 오른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내게 음반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사람들이 대부분 미국이 아닌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더라고요. 나를 미국 시장이나 세계 시장에 데뷔시키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기들 돈 벌 궁리만 한 거죠.”

그런 그가 <매트릭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조엘 실버와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천운과도 같았다. 조엘 실버가 할리우드 스타들을 데리고 도쿄 한 호텔에 머물고 있을 때, 로비가 수많은 팬들로 북적거리는 것이 자신들 때문이 아닌 ‘Rain’이라는 한국 스타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이 일었다고 한다. 그는 비가 출연한 드라마와 공연 실황 DVD를 공수해 살펴본 후 <스피드 레이서>를 연출하는 워쇼스키 형제에게 즉시 추천하기에 이른다.

“사실, 미국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매우 높은 곳이에요. 하지만 운 좋게도 워쇼스키 형제와 연이어 인연을 맺으면서 많은 미국 관계자들이 주목하게 됐죠. 심지어 제 미국 에이전트도 ‘워쇼스키가 왜 너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말이죠.”

<스피드 레이서>에서 비는 원래 일본인 역할이었으나 감독은 그의 입장을 배려해 캐릭터를 무국적의 동양인으로 바꿔주었다. 차기작 주인공으로 확정되면서 역할의 중요성도 좀더 강조되었다. 무명 동양인이 메이저 제작사가 만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피드 레이서>는 기대만큼 흥행 성적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의 주조연으로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다면 <닌자 어쌔신>의 주연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서 쉽게 발을 들여놓았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저 엄청 뛰어다녔어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열두 시간 동안 길거리에서 대기하다 스튜디오에 들어가 말도 안 되는 춤도 추고 무술, 태권도 등 나름의 장기 자랑도 선보이곤 했죠. 또 음반을 직접 돌리기도 하고, 밥을 사며 폭탄주를 ‘말아주는’ 등 한국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어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사람들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인의 성공 가능성은 10% 미만이라고 했다. 그러나 워쇼스키 형제가 옆에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그를 눈여겨보게 됐고, 조엘 실버가 뒤에 있으니 다른 제작자들도 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 비는 그 첫 번째로 프로듀서 박진영을 만난 것, 두 번째가 워쇼스키 형제를 만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 <닌자 어쌔신>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을 꼽는다. 사실, 기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잡아끌기 위해선 본인만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세 번째 기회를 제대로 잡은 비는 이제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액션배우로 자리 잡았다. 곧 음반 활동도 재개할 예정이라는 그에게 ‘세계 1등’이라는 목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닌자 어쌔신>은 흥행과 관계없이 제게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진검 승부를 시작할 차례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릴 거예요. 열 번이건 스무 번이건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 박스 오피스 1위의 영광을 안게 되지 않을까요?”

취재 홍유진

출처 우먼센스 12월호

by 트래블러 2011. 4. 7. 21:25

머라이어 캐리. 한때 그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팝송’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 발매할 때마다 화제가 된 <나우(NOW)> <맥스(MAX)>와 같은 컨필레이션 앨범은 늘 머라이어 캐리의 신곡을 표제곡으로 실어놓고 커다랗게 광고를 하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노래들은 발표와 동시에 화제가 되지만 아무튼 10년 전, 머라이어 캐리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사실 세상에 슈퍼스타는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도 슬럼프에 빠지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이 또 그쪽 세계의 생리다.

머라이어 캐리도 2000년대 초반, 컬럼비아 음반사 사장 토미 모톨라와 이혼한 이후 꽤 깊은 침체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데뷔 20년, 불혹의 나이를 앞둔 가운데서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가창력으로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그녀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뭔가가 있다.

지난달, 머라이어 캐리는 열두 번째 정규 앨범 <메모아스 오브 언 임퍼펙트 엔젤(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홍보차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새 앨범 홍보 투어의 시작을 한국에서 한 셈.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며 “안녕하세요”라고 서툰 한국말 인사를 건넨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이고 섹시한 몸매와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앨범 제목(Imperfect Angel)처럼, 그녀는 이미 어깨에서 ‘슈퍼스타’라는 한 짐을 벗어놓은 듯했다.

“유명인일수록 대중 앞에서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랬죠. 하지만 세상에 그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점을 인정하면서 저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남편과 함께 노래를 썼어요.”

지난해 머라이어 캐리는 무려 10살이나 연하인 배우 겸 래퍼 닉 캐논과 결혼했다. 1980년 생인 그는 <드럼라인> <몬스터하우스> 등의 영화에 출연한 떠오르는 신예 배우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6주간의 짧고 뜨거운 열애 끝에 비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러한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그녀는 행복한 가정생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가수로서의 성공 못지않게 가정생활도 잘 꾸려가고 싶어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 저의 가장 큰 바람이에요.”

통산 18곡 빌보드 싱글차트 1위, 전 세계 앨범 판매량 총 2억 장, 그래미상 총 5회 수상 등 그녀를 수식하는 각종 기록들은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그저 음악을 향한 자신의 열정만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머라이어 캐리. 이혼의 아픔과 가수로서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비록 완벽한 천사는 아닐지라도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인임엔 틀림없다.

취재 홍유진 사진 박정우

출처 우먼센스 2010년 3월호

by 트래블러 2011. 4. 7. 21:17
<슈퍼스타K2> 열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광의 주인공이 된 허각은 이미 슈퍼스타 못지않은 대우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비의 스타성도, 2PM의 몸도 아닌 진정성 하나로 밀어붙이는 순진무구한 보통 청년 허각의 인생역전 풀 스토리.
10월 23일 새벽 1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슈퍼스타K2> 현장. 시상자인 배철수 입에서 운명은 결정되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허각입니다!”
참가자 1백34만6천4백2명, 우승 상금 2억원, 실력파 뮤지션 3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제작기간 11개월, 케이블 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 연일 갱신,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이처럼 화제를 불러 모은 방송 <슈퍼스타K2>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력한 라이벌 존박을 제치고 최후의 1인으로 허각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감동의 드라마는 드디어 완성되었다.
키 작고 뚱뚱한 보통 청년, 기적을 노래하다
TOP11 후보들 가운데서 허각의 우승을 점친 이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슈퍼위크 때 박진영에게서 “유일하게 소름이 끼쳤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가창력 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만큼 다른 후보자도 쟁쟁했기 때문이다. 예선 때부터 독특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로 화제를 불러 모은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수려한 외모와 선량한 매력의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존박, 건방지지만 당당한 매력으로 소녀 팬들을 사로잡은 강승윤 등 실력과 미모를 두루 갖춘 다른 후보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진행되는 동안 우승 확률이 높아질수록 허각의 ‘뒷심’은 빛을 발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가수의 꿈을 키워온 그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한결같이 감동을 주는 그의 가창력,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팀원들을 아우르는 착한 성품,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예능감 등…. 결국 TOP3 때부터 눈에 띄게 증가한 시청자 문자 투표를 받은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2>를 통해 새삼 느낀 건 세상에 저 같은 분들이 참 많다는 거예요. 저를 보고 공감을 느끼고,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저한테 한 표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가 진짜인 것 같아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여자친구를 공개하고 예쁜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도 한몫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여자친구가 나와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해한다”며 “우승하면 눈높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가 뭐래도 난 여자친구가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했을 땐 매력이 배가 되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허각의 우승 요인은 영혼을 뒤흔드는 노래 실력. 생방송 무대 현장에서 허각의 노래 솜씨를 직접 들어본 관중들에 따르면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이라는 평가. 그가 가장 즐겨 부르는 발라드에서는 깨끗하고 호소력 짙은 허각 특유의 고음 처리가 빛을 발했고, ‘조조할인’을 부를 때는 익살맞은 연출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에 이문세가 “나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는 칭찬을 했을 정도였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TOP3 무대에서 ‘하늘을 달리다’를 부를 때였다. 감성적인 발라드가 전매특허인 줄 알았던 허각의 목소리가 파워풀한 멜로디와 그토록 소름끼치게 잘 어울릴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이후 결선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사상 초유의 점수인 99점을 연달아 받으면서 허각의 가창력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기가 되었다.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슈퍼스타K2>의 슬로건처럼,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 출신 가수 지망생이던 허각은 한순간에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르면서 진짜 기적을 만들어냈다. 2억원의 상금과 외제차는 비할 게 아니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늘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K2> 도전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화제가 되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음반차트 상위권에는 허각의 우승곡인 ‘언제나’를 비롯해 TOP11의 도전곡들이 늘 랭크되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가족의 응원과 여자친구의 내조가 큰 힘
사실 <슈퍼스타K2>가 막바지로 갈수록 각종 언론에서는 다소 비관적인 뉴스를 쏟아냈다. ‘슈퍼스타K2가 진짜 슈퍼스타를 배출해낼 수 있나?’ ‘시즌1의 출연자들 중 누가 슈퍼스타가 되었는가’ ‘상혼에 물든 자극적인 쇼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이 열풍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진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2>의 열기는 프로그램 종방과 함께 열기가 사라진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허각을 비롯해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 도전자들의 모든 것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던 허각이 팬과 함께 찍은 ‘직촬 (직접촬영)’ 사진이 인터넷 뉴스에 도배되었다. 마치 그 유행에 편승하기라도 하듯 이후로 2AM, 장혁 등의 지하철 사진도 뒤따라 올라왔다. 허각이 최신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게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뮤직비디오 발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슈퍼스타K2> 촬영 때 존박과 함께 미션으로 수행한 ‘코카콜라 광고’도 공중파를 탔고, 각종 유수의 메이저 월간지들은 일제히 이들을 멋지게 포장해 화보로 실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슈퍼스타K2>의 영향력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뒤따랐다. 기획사에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전문적인 육성으로 키워낸 아이돌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가수들이 등장했다는 평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저 가수 지망생에 불과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이처럼 주옥같은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실력 위주가 아닌, 외모와 인맥 위주로 스타를 양성한 기존 가요계 시스템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만약 <슈퍼스타K2>와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허각 같은 가수는 가요계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소리다. 이러한 대중들의 자각과 뜨거운 사랑 덕분에 <슈퍼스타K2> 멤버들의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하루에 3시간도 못 자고 뮤직비디오 촬영에 각종 방송 출연까지 소화해내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이 때문에 당분간 이들이 소속사를 찾아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이들을 담당하는 엠넷 측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슈퍼스타K>의 우승자인 서인국은 지난 9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슈퍼스타K>에 안 나갈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후 가수로 데뷔하고 싶다”며 <슈퍼스타K>가 붙여준 꼬리표를 부담스러워한 바 있다.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남보다 훨씬 수월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슈퍼스타K>라는 범국민적 오디션 프로그램이 붙여준 ‘아마추어’ 이미지는 여간해서 떼기 힘들다는 반증일 터다. 그래서일까. 서인국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앨범도 내고 공중파 방송에도 열심히 얼굴을 내밀었지만 스타로 인정받기는커녕 기억에 남는 이렇다 할 히트곡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데뷔 무대가 그의 가수 생활의 절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을 법하다. 그렇다면 “신은 내게서 목소리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며 씁쓸하게 이야기하던 환풍기 수리공 출신 20대 청년의 성공 스토리의 절정은 지금일까, 아닐까?
허각, 그가 보여준 희망의 증거
“<슈퍼스타K>에는 자격 제한이 없잖아요. 얼굴이 못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나갈 수 있거든요. 저에게는 기회였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만 부를 줄 알면 나갈 수 있는 대회였기 때문에 그게 진정한 공정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재능이 있는데도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제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뜨거운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겠지만 그의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 앞에도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희망,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 벌써부터 검색어 순위에는 <슈퍼스타K3>가 오를 정도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MBC에서 급하게 <위대한 탄생>이라는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사실상 아이돌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최근의 대한민국 음악 시장에서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K2> 출연자들의 등장은 실력 있는 신인을 원해온 대중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첫 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에 접어드는 허각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요계의 새로운 역사가 될지, 신선한 자극제로 끝날지는 이제 그의 혀끝에 달렸다.
나머지 TOP3, 존박·장재인·강승윤 요즘 뭐하나
최근 TOP4 멤버들이 함께한 모 패션지 화보 촬영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앳되고 때로는 어리바리한 20대 초중반의 아마추어가 아니라 벌써부터 프로의 향기를 풍기는 시크하고 도발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방송 섭외에 이어 CF 촬영까지,톱스타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근황을 취재했다.
여전히 여자들에게 인기순위 1위, 존박 잘생긴 외모, 순하고 착한 성격, 여심을 녹이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여자가 원하는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 존박의 사생활은 요즘 여성들에게 관심 0순위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어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동안 잠깐 눈을 붙이는 모습, 선 몇 개로 완성한 ‘멍 때리는 존박 초상화’, 주진모, 태양 등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제기되는 ‘대두(?) 굴욕’ 등등 일상사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슈퍼스타K2>가 종방되자마자 가장 바빠진 것은 우승자 허각이 아닌 존박이다. 각종 CF 촬영에 화보 촬영, 방송 프로그램 출연에 봉사활동까지, 이미 존박의 몸값은 ‘초신인급’으로 분류돼 1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스케줄에 치이다가 정작 노래는 언제 하냐’는 팬들의 불만 섞인 항의도 적지 않다. 존박의 인기는 단순히 잘생긴 외모 덕분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호소력 짙은 솔 창법을 지닌 존박 특유의 가창력 덕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슈퍼스타K2>에서 부른 이문세의 ‘빗속에서’는 멤버들이 뽑은 ‘BEST무대’ 4위로 꼽히기도 했고, 상당한 기간 동안 각종 음악차트 상위에 랭크됐다. 팬들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존박의 앨범이 출시되길 바라고 있다.
당당하게 씩씩하게 음악의 길 걷는 장재인 <슈퍼스타K2> TOP4의 홍일점 장재인 또한 방송 종영 후 각종 방송 및 화보 촬영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왕따와 집단폭행을 당한 어린 시절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 그녀는 외롭고 고통스럽던 지난날을 음악으로 치유했다고 말한다.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 트렌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매력 있고 독특한 보이스, 거기다 작사·작곡 능력까지, 매력 요소를 두루 갖춘 그녀가 TOP2를 눈앞에 두고 떨어졌을 때 모두들 하나같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닌 그녀는 패션 화보에서 보여준 섹시하고 시크한 모습처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17세, 본능적인 매력 덩어리 강승윤 <슈퍼스타K2> 본선에서 강승윤의 존재는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켰다. 스스로 자신의 별명이 ‘곱등이’라고 밝힐 정도로, 아슬아슬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지수를 제치고 TOP4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슈퍼스타K2>의 진정한 승자는 강승윤’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급호감으로 바뀐 것은 그가 부른 ‘본능적으로’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각종 패션 화보를 통해 ‘차도남’의 매력을 맘껏 발산해 누나들의 마음을 녹인 덕분이기도 하다. 시원시원한 경상도 사투리와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길쭉하고 마른 몸, 강승윤은 앞으로 너무도 많은 기대를 걸게 하는 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가 지닌 본능적인 끼와 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by 트래블러 2010. 12. 8. 15:49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