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분명 인생을 통틀어 손꼽을 만큼 끔찍한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분명 내 인생의 반려자라 믿어온 그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어디 그뿐인가? 원만한 합의가 안 될 경우 친권과 양육권, 그리고 재산 분배 다툼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특히 그 사이에서 불안해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치 아이들 미래도 망쳐놓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 정도다.
“이혼은 인생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또 다른 문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비 포드는 이혼으로 인해 지옥 끝까지 떨어지는 고통을 경험한 후 질문의 답을 알기 위해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이혼이라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다고 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이혼을 통해 자신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한다. 좌절도 겪고, 절망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지는 천차만별이다. 여기,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는 7가지 단계가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새로운 삶을 위한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뿐이다.


일은 벌어졌다. 이미 과거로 지나간 일이다. 그런데도 이혼을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 과거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머릿속에서는 상처받은 장면들이 계속해서 반복 상영되고 종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이혼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체념하란 소리가 아니라 사실과 우리의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써진 소설을 구분하란 소리다. 예를 들어 ‘남편이 나를 떠났다’는 사실이지만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 남편이 날 떠난 것이다’는 소설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일지 몰라도 ‘우리의 이혼으로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는 소설이다. 이렇게 벌어진 일을 극적인 과장 없이 정확하게 하나하나 적어본다. 그 목록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상황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렇게 심각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고통의 시간은 순식간에 평화의 시간으로 바뀐다.


이혼은 그 자체로 충분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냥 두면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저항한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게 되면 그 상황이 주는 감정적인 고통에 갇히게 된다. ‘내가 계획한 인생은 이게 아니야. 뭔가 잘못됐어’라고 말하며 이루지 못한 기대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 초연하기로 마음먹으면 다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나를 편안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모두 내 안에 있음을 믿어야 한다. ‘비록 내가 원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는 현실을 마주 볼 거야.’ 이것이 바로 정답이다.


가장 약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두려움의 벽을 넘어 신념을 지닌다면 기적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기적은 기적에 열려 있을 때만 만날 수 있다. 내가 준비만 된다면 우주는 필요한 만큼 나를 지지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지지는 좋은 책이나, 친구, 새로운 사건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무언가에 이끌릴 준비만 하면 된다.


이제는 이혼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일을 멈추고 나에게 초점을 맞출 때다. 나를 비난하면 우울증과 후회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남을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를 원한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두려움과 대면해야 한다. 나에게 집중하자. 뭔가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면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슬프지? 꿈이 깨져서? 그가 사라져서?’ 그렇게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진정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종종 머리는 마음과 다른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다.


우리가 고통을 받는 것은 인생의 힘든 사건들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특정 방식으로 보겠다고 결정한 우리의 선택 때문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행동, 습관, 사람 등 세상이 전부 다르게 보인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인간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동안 나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지켜봤다면 이제는 상대의 관점에서 모든 일을 재구성해보자. 경험의 새로운 해석은 충격적이고 불쾌한 사건 뒤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게 해준다. 그러고 나면 그 사건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분노하고 실망하는 것은 아주 쉽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운 사람을 용서하려고 하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강한 거부감이 솟구쳐 오른다. ‘내가 왜 용서를 해야 해? 내가 과거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하지만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용서해야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이혼하려면 용서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아이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한다. 서로 미워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상처는 끔찍하기만 하다. 물론 용서는 힘든 일이지만 의지만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다음 인생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용서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창조의 법칙은 저절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기꺼이 모든 것을 용서했을 때 내 인생은 이미 다른 모양을 띠기 시작한다. 삶이 고통스러울 때는 누군가가 이 고통을 끝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견뎌낸 자만이 온전하고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과거와 얽혀 있는 매듭을 모두 풀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솔루션 모임’
부부가 이혼할 때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 사람은 아마도 자녀일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잘못해서 부모가 이혼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솔루션 모임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에게 ‘이혼 잘 하는 법’을 훈련시킨다. 이혼 소송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 법, 이혼 후 자녀 양육 방법, 비양육 부모와의 1박 2일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좀더 빨리 상처를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http://slfamily.scourt.go.kr






자료제공ㅣ우먼센스
기획 장은성 기자
글 홍유진(프리랜서)
참고도서 <혼자 걷다>(데비 포드 저, 추미란 역, 민음인)
사진 윤병석

by 트래블러 2011. 7. 17.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