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남편의 사무실에 또 다른 아내가…

“나 어젯밤 아내와 싸웠어. 왜 여자들은 말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는 거야. 사람 짜증나게.”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 과장은 옆 부서 윤하나 과장과 거의 모든 이야기를 터놓고 하는 편이다. 아이 교육 문제부터, 직장 내 고민, 때론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부부 문제까지…. 유관부서라 업무 대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업무적으로는 물론 식사시간, 회식 자리 등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비록 남녀 사이지만 10년 가까이 매일 붙어 지내다 보니 어떤 면에서 보면 친구나 아내보다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이런 사이를 표현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오피스 와이프, 반대 경우를 오피스 허즈번드라고 부르는데, 이를 통틀어 오피스 스파우즈(배우자)라고 한다. 그렇다고 오피스 스파우스가 끈적끈적한 불륜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적으로 죽이 잘 맞는 이성 동료, 친하기 때문에 약간의 스킨십은 하지만 육체관계는 없다.

하지만 다른 부서 사람과 친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술에 취하면 집 근처까지 바래다주기도 하며 집 근처 공원에서 대화를 나누다 헤어지기도 한다. 이직을 고민하다가도 떠나지 않기로 결심하는 이유가 오피스 와이프(허즈번드) 때문이기도 하다. 온라인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천4백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약 30%가 ‘현재 오피스 와이프가 있다’고 답했고, 업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배우자에게 그런 사람이 생기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고.

오피스 와이프가 아내보다 좋은 이유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업무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 아내와 일을 할 순 없지 않나. 다른 사람보다도 그녀와 일할 때 업무 효율이 몇 배는 더 좋은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회계사 박형준씨(가명·37세)
●영양가 없는 동성 친구 10명보다 속 깊은 이성 친구 1명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까지 세심하게 일러주는 그녀. 사소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대기업 마케팅팀 김 과장(41세)
●어떻게 보면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관계. 하염없이 나만 바라보는 아내가 가끔 부담스러울 때, 쿨한 그녀와의 관계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유통회사 전략기획팀 최 대리(34세)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오피스 와이프는 내 업무적인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상의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다. 그래서 술 한잔 하면서 상사 욕하며 고민을 얘기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풀린다. 회사 사정을 모르는 아내와는 직장 생활을 하며 생기는 고민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홍보팀 최 부장(42세)

오피스 허즈번드가 남편보다 좋은 이유

●가끔 우리 남편은 정말 ‘남’ 편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사건건 잔소리에, 불평불만은 왜 그리 많은지. 하지만 직장에 있는 오피스 허즈번드는 나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준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기대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7년차 대리 김유정(가명·33세)
●프로젝트를 새로 맡을 때마다 서로 격려를 주고받으며 함께 해냈을 때의 쾌감. 퇴근 후 맥주 한 잔에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던 진한 동지애. 그런 소중한 감정들을 남편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광고회사 과장 윤혜진(가명·35세)
●가장 좋은 것은 날 귀찮게 하지 않는다는 것!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만날 졸라대는 남편보다 자기 할 일을 딱딱 알아서 하는 기특한 동료가 더 편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컨설팅회사 김미진(가명·37세)



출처: 우먼센스
취재 홍유진(프리랜서)
사진 박정우
by 트래블러 2010. 4. 16.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