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에 만난 친구가 있다.

새로운 동네에 와서 새롭게 사귄 케이스다.

5월이면 다른데로 시집가 버린다는 게 아쉽고 슬프지만...^^

인생에 대해, 진리에 대해, 종교에 대해

삶의 가치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2.

내가 좀 잔정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말해 친구를 만나는 일이 그리 행복하고 반갑지만은 않다.

오랫동안 못보면 보고 싶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건 당연하지만

그거야 막상 만나고 5분 인삿말 주고받고 나면 다 끝나고

이후에 이어지는 대화는 '침묵방지'용 쥐어짜는 얘기들뿐.

그렇게 이야기 나누고 헤어지고 나면 속이 헛헛하고 머리는 산란스럽고 그렇다.

(물론 모든 친구가 그런 건 아니다. 함께 있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만남도 분명 있다.)

3.

인터뷰나 공적인 자리를 통해 만나게 되는 어르신들 중

시야가 열려있고,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과는

이후에도 개인적인 교분을 갖게 된다.

(이 또한 넓은 의미의 우정이라고 생각하므로)

지식이나 통찰력이 나보다 더 뛰어난 분을 만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일은 내게 무척 행복한 기회다.

그러나 이따금 그것이 순수한 교분이 아니라 다른 속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에 따르는 배신감 또한 오롯이 내 몫이 된다.

이걸 대가라고 하는 건가.

'대체 어른들은 왜 그럴까'라는의문은 서른 넘어선 본인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안다.

전면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님을.

맘좋게 웃고 있는 얼굴 뒤에 숨겨진 검은 늑대의 음흉함을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아직까진 그러고 싶지가 않다.

상대가 내게 보이고자 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싶다.

이래서 내가 소설을 못쓰나 보다.

4.

다시 최근에 사귄 친구 얘기로 돌아와서.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주제가 등장했다.

'죽기 전까지 꼭 이뤄내고픈 일생의 과제란 무엇인가'

글쓰는 게 꿈인 친구는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글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말하면서도 쑥스러운지 웃었다. 나도 함께 웃었다.

그러다 속으로 깨달았다.

나는 꿈에서라도 감히그런 꿈을 꾸지 못할 종자임을.

5.

애초에 나란 인간의 이기성에 대하여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다.

한달동안 단체에 들어가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나의 관심은 그들이 아니라 항상 나에게 있었다.

내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런 나의 속성을 부끄러워하고 고치려고도 해보고 나름대로는 극복했다고 해도

결국 그러한 모든 시도 또한 다 나를 위한 거였다.

그런 자신을 알기에 감히 남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지 못한다.

6.

친구가 내게 되물었다.

내가 평생에 걸쳐서라도 꼭 이뤄내고 싶은 과제.

그게 무엇일까?

겉치레라도 '남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말은 입에서 죽어도 안 나왔다.

그렇다고 신념을 가지고 대답할만한 다른 건덕지도 없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란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7.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은 또 뭔가라는 질문에 다시 직면했다는 것.

아직은 머리가 나빠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겠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다.

내가 되는 것.

자신을 찾는 것.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것.

하하, 이런...

끝까지 모호한 인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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