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돼지' 김용민.

(누군가를 대놓고 돼지라 부르다니;;;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아무렇지 않다 했으니..)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pd로 요즘 그야말로 핫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다.

한창 바쁠 때 인터뷰를 요청한 탓일까.(첫 콘서트로 인터넷 뉴스가 도배되어 있던 즈음이었으니...)

정신없고 조급해보이던 모습이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은 노트북 모니터를 떠날 줄 몰랐고,

쉴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두손이 바빴다.

나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인터뷰가 끝나고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만나는 인터뷰는 참 신기한게,

인터뷰이에 따라 내적인 충돌을 느낄 수도 있고, 충만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직 내가 내공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겠지만

어떤 인터뷰이를 만나느냐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김용민씨는 현재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상황 속에 있는지라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변화의 여지가 많은 사람이다.

안정되지 않은 만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되겠다.

그래서 기대하고 계속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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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러 2011. 11. 22. 03:39
success 성공 그리고 休
삼청동, 늦가을의 행복을 만끽하다

삼청동은 옛날부터 경치가 아름답고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려 도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곳으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 이름도 산이 맑고(山淸) 물도 맑으며(水淸) 그래서 사람의 인심 또한 맑고 좋다(人淸)는 뜻의 삼청(三淸)동이 되었을까.
물론 이제는 과거와 크게 달라졌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서울 안에 이만한 명소가 없다.

Written by 홍유진 Photo by 김성만



삼청동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늦은 오후였다. 가을은 떨어지는 낙엽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간다. 그만큼 해지는 시간도 빨라져 놀빛에 젖은 삼청동의 거리는 더욱 운치 있어 보였다.

이곳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삼청동은 경복궁의 동북쪽, 도심으로부터 살짝 비껴나 맑고 그윽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과거부터 유명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명사들이 이곳을 찾아 삼청동의 아름다운 풍경을 시로 읊기도 했다.

북촌(北村)의 시장은 거리와 잇따르고, 무성한 가을 숲은 성곽을 뒤덮었네.
삼청보전(三淸寶殿)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한번 종소리 울리니 궐문(闕門)을 닫네.
흐르는 물은 바위 아래로 떨어지고, 이슬 젖은 풀 사이로 반딧불 날아드네.
멀고 먼 세상근심 이제야 잊고자, 밤 이미 깊었지만 돌아갈 줄 모르네.


조선시대 문신 용재 성현이 남긴 한시다. 비록 시대는 달라졌으나 도심 가까운 곳에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래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삼청동에 대한 고마움마저 느껴진다.
굳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약 십 년 전만 해도 삼청동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매력을 지닌 도심 속의 숨은 보석 같은 명소였다. 그러나 입소문과 인터넷의 발달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상가와 카페,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번화가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삼청동만의 잔잔한 매력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삼청동에서 호젓한 산책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일행이 방문한 시간이 평일의 늦은 오후였는데도 불구하고 삼청동 거리는 자동차와 쇼핑객들로 주말 못지않게 붐볐다. 다만, 걷다가도 잠시 멈춰 서서 갤러리의 그림을 감상하고, 좁은 골목에 들어가 커다란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른 번화가와 조금 다른 점일 터였다. 아직 삼청동은 먹고 마시고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작고 사소한 풍경에 눈길을 던져주고, 한 걸음 한 걸음 속에 찰나의 사색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예술의 향연 속에 길을 잃다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경복궁 사잇길로 들어서서 길을 따라 쭉 올라오다보면 점점 좁아지고 복잡해지는 삼청동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될 것이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이다.
복잡하고 번화한 삼청동 길에 예술의 향기와 삶의 여유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바로 이 갤러리들이 아닐까. 사실, 삼청동은 인사동과 함께 갤러리와 화랑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갤러리 현대, 금호미술관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갤러리는 물론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 위주로 작지만 개성 강한 전시를 선보이는 갤러리들이 무려 60여 곳에 이른다.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를 미리 알아두고 일부러 찾아가 보는 것도 좋지만, 산책하듯 거닐다가 문득 눈길을 사로잡는 갤러리에 무작정 들어가 보는 것도 신선한 문화체험이 될 것이다.
기획전의 경우 간혹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지만 갤러리 관람은 대개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전시하는 소중한 곳이니만큼 크게 떠들거나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는 등 에티켓에 어긋나는 행동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삼청동길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에 숨은 화랑을 찾아보는 것도 삼청동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행복한 문화나들이, 작은 이색박물관들

정독도서관에서 삼청동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박물관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북촌의 역사를 담고 있는 북촌생활사박물관부터 전통 창호가 전시된 아름다운 한옥집 청원산방, 작지만 매력적인 테마를 가지고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사립 박물관의 수가 이 근방에만 스무 곳이 넘는다.
떠들썩한 홍보로 방학 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대규모 기획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가끔은 작은 전시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방학숙제를 위한 관람이 아닌, 놀이터나 공원에 가듯 가볍게 나들이 갈 수 있는 작은 박물관. 아이들이 무언가를 느껴도 좋고, 그저 재미나게 즐기기만 해도 좋지 아니한가. 3천원에서 5천원의 저렴한 관람료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문화체험이 될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삼청동 곳곳의 식당과 카페에 불이 켜지고, 좁은 길을 오가는 사람도 더욱 늘었다. 발품을 팔며 눈요기를 한만큼 주린 배를 채워야 늦가을 삼청동 투어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삼청동은 그저 발길 닿는 곳, 어디에나 근사한 맛집, 멋집이 널려 있으니까. 가을의 정취를 즐기며 풍류를 이야기하던 조선시대 선비들 대신 대한민국의 현대인들이 삼청동의 또 다른 매력 속에서 기억에 남을 가을을 보내고 있다.


삼청동 박물관 투어
북촌생활사박물관 서울의 북촌에서 수집한 우리 근대 생활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 물건이 쏟아져나오는 현대에 손때묻은 옛것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조용히 곱씹을 만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6시까지, 관람료는 성인 5천원, 고등학생이하는 3천원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5-177 문의 02-736-3957, www.bomulgun.com
부엉이박물관 배명희 관장이 약 40여년 간 각 나라에서 수집한 갖가지 부엉이 예술품이 2천여 점에 달한다. 관람료는 찻값을 포함해 5천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개관하며 관람시간은 10시부터 6시까지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27-21 문의 02-3210-2902, www.owlmuseum.co.kr
세계장신구박물관 세계 곳곳의 장인들이 만든 장신구 천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역사와 미술, 문화가 깃든 예술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휴관하며, 개관시간은 오전 11시부터 5시까지다. 관람료는 어른 7천원, 학생 5천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화동 75-3 문의 02-730-1611, www.wjmuseum.com
북촌동양문화박물관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 될 것이다. 매주월요일 휴관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7시까지. 관람료는 성인 5천원, 고등학생이하는 3천원이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35-91 문의 02-486-0191, www.dymuseum.com
by 트래블러 2011. 11. 22. 03:24
repo&docu 희망지기
그 해 여름, 아주 특별했던 일주일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아주 특별한 일주일이었다. 학교도, 학년도 제각기 다른 청소년 62명이 모여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도 찍었다.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프로그래머도 따로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까지 아이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인간이라는 것,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면 충분했다.
Written by 홍유진 Photo by 이한마루



지루한 장마가 걷히고 오랜만에 여름다운 태양이 내리쬐던 8월의 어느 날,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을 찾았다. 크고 작은 행사가 지나간 뒤 사무실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흥분과 이런저런 흔적으로 어수선했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은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다. 청소년들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곳에 와서 책도 읽고, 다른 한 편에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또래 친구들과 사귀기도 한다. 20평 남짓,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파스텔 톤의 원목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모양이 아늑하고 포근하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다
내일의 터줏대감인 이금남 사무국장은 약 20년 전 고교생으로 처음 이곳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졸업 후 간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다른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하기도 하다가 지금은 다시 내일에 돌아와 사무국장 겸 청소년 인권 교육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다시 부활한 내일의 청소년나눔문화학교 ‘해를 캐는 아이들’은 이미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해마다 방학이면 비교적 큰 규모로 진행해오던 연례행사였다. 최근 몇 년간은 청소년 인권 교육 및 각 단위학교 동아리 지원활동에 집중하다가 이번에 6년 만에 처음으로 부활시켰다.
“예산도, 인력도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었지만 올해만큼은 꼭 아이들을 위해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을 통해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던 친구들을 모아 함께 계절학교 준비를 시작했죠.”
청소년나눔문화학교에서는 6~10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반을 이뤄 각각 특기적성 교육 및 실습을 하고, 이를 활용한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창의적 체험학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모자란 인력은 대학생자원봉사자나 현직 강사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았고, 부평구청, 부평1동주민센터, 부평문화재단 등으로부터 장소협찬도 받았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준비팀’이란 이름으로 모인 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전문가들에 의해 미리 완성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짜고, 사회를 봐야 하는 만큼 주인의식이 남달랐던 것.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거리홍보도 나가고 나눔문화학교가 진행되는 동안 늦게까지 남아서 뒷정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열정에 감화되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봉사점수나 따볼까, 하고 이곳의 문을 두드렸던 아이들 사이에서도 차츰 분반끼리 경쟁심도 불태우고, 서로 뜨겁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청소년나눔문화학교에서는 디자인반, 노래반, 영상반, 연극반, 요리반, 댄스반 이렇게 6개 분반으로 나뉘어 일주일동안 각각의 주제에 맞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매일 또래친구들과 만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를 함께 주도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거죠.”
방학 때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활동이나 캠프 프로그램이 넘쳐나지만 나눔문화학교 프로그램이 이들과 다른 것은 아이들이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한 청소년회관에서 연극동아리를 운영하셨던 한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분명히 결과만 놓고 보면 나눔문화학교 아이들이 더 모자란데 만족도는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마지막에 발표회를 할 때 보이잖아요. 전문적으로 선생님들한테 트레이닝 받으면서 연습 열심히 해놓고서도 막상 무대에 올리고 보면 부족한 점이 왜 안 보이겠어요. 그럴 때 보통 아이들은 네가 못 했니, 누가 실수했니, 하면서 후회만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래요. ‘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진짜 잘했을 텐데. 그래도 재미있었어. 잘했어.’ 자기들끼리 지나치게 만족스러워 해요(웃음).”
사실, 우리 십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청소년회관이나 복지센터 같은 곳에서도 숙제와 그것을 잘 해내야만 하는 의무를 부여받을 뿐 무엇이든 하고 싶은 걸 해도 좋은 권리를 가져본 일이 없다. 그러나 청소년나눔문화학교에서는 이미 완성된 수업의 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결과가 엉망진창이더라도 아이들이 만들어나가는데 의의를 두었다. 간사나 강사들은 아이들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 그저 거들 뿐이었다. 그 과정 자체에서 너무도 많은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청소년나눔문화학교는 단순한 특기적성활동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익힌 것을 토대로 나름대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으로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를테면 디자인반은 회색빛 산동네에 멋진 벽화를 남겼고, 댄스반이나 노래반은 자신들이 준비한 춤과 노래로 복지센터같은 곳에 찾아가 공연을 할 수도 있을 터이다. 이러한 활동은 공식적인 봉사점수로 환산돼 기록된다. 억지춘향 식으로 시간만 때우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특기적성도 키우고, 성취감도 맛보는 데다 봉사점수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다. 아이들은 나눔문화학교가 끝난 뒤에도 계속 후속 모임을 이어가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실천할 예정이라고.

"참 안타까운 게 언젠가부터 십대 아이들을 보면 발랄하게 통통 튀는 젊음의 에너지가 아니라 혹독한 현실에 지쳐 무기력해진 모습이 더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사회적 약자가 겪는 비정한 현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청소년 인권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소년노동인권’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혹은 그 외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일찍부터 사회에 뛰어드는 청소년 인구가 전국적으로 2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처음으로 겪는 사회의 쓴맛은 상상 이상이다. 어리기 때문에, 혹은 약자이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항의 한 번 못하고 억울함을 삼켜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젠가는 성인이 되어 이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노동력이 될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맛본 사회의 일면이 ‘부조리’, ‘비리’, ‘폭력’과 같은 것들이라면 어떻겠어요?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금남 사무국장은 매년 인천 시내의 중고등학교 50여 곳을 돌아다니며 인권에 대한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하나다. ‘너희들이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어. 누가 너희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한다면 그것을 참아 넘기지 마. 예민하게 대처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마음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한단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감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인권 감수성 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아야 해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분노할 줄 알아야 돼요.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해 달라, 요구할 줄 알아야 하는 거죠.”
그러나 현실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법정 최저시급을 챙겨주는 곳을 찾아보기도 힘들 지경이고, 적으나마 주기로 한 급여를 떼이는 일도 다반사다. 일하다가 사고가 나도 보상은커녕 치료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내일은 이렇게 억울한 상황에 처한 청소년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몇 안 되는 곳 중에 하나다. 일대일로 이뤄지는 청소년노동상담이나 교사, 노무사 등 전문 인력과 연계한 노동인권네트워크 등을 통해 아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직접 시정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준다.
“청소년기에 땀 흘리는 보람을 느끼는 것은 분명 참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에요. 이 때 쌓인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보살핌 받는 데만 익숙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남보다 일찍 험한 사회에 발을 디딘 거잖아요. 얼마나 기특해요? 이런 아이들을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것은 어른의 할 도리가 아니죠.”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은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권 강사 아카데미를 열어 인권 감수성의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언젠가는 성인이 되어 이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노동력이 될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맛본 사회의 일면이 ‘부조리’, ‘비리’, ‘폭력’과 같은 것들이라면 어떻겠어요?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은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과 같은 공간을 나눠 쓰고 있다. 청소년인문학도서관은 부산에 있는 인디고서관과 같이 청소년들이 삶을 고민하고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독서 프로그램과 동아리를 운영하는 작은 단위의 사립도서관이다.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은 2009년에 설립된 인천의 유일한 인문학도서관으로 약 42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인천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무료로 책을 빌려갈 수 있고, 편하게 앉거나 누워 책을 읽다 갈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점점 독서를 강조하며 책을 읽으라고 아이들을 내몰아요.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는 그만한 도서관을 구비해놓지는 못하고 있죠. 엄마들도 애들한테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좋다는 건 알지만 막막하기만 해요. 무조건 전집을 사다놓고 읽으라고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지죠.”
두잉의 운영을 맡고 있는 강미옥 운영위원은 장서 관리뿐 아니라 여러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슈를 가지고 토론을 하고, 좋은 노래가 있으면 함께 기타를 치고 따라 부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과 만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공간에 책이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재일교포 고등학생들과 청소년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우리 아이들이 일본에 갔고, 이번에는 재일교포 아이들이 인천에 와서 2박3일간의 캠프를 함께했죠.”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역사문화탐방을 함께하고, 책을 가지고 이야기도 나누는 가운데 우정도 싹트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지난해 처음 만났을 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던 한 재일교포 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다시 만났을 때는 웬일로 더듬더듬 한국어로 인사를 하는 거예요.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거죠. 한국 학생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세상이 더 넓어지고 마음의 문도 열린 거예요.”
두잉이 인문학을 모티프로 삼는 것은 인문학이 세상과 만나고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하는 법을 배우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점점 외로워지고 고립되어가는 요즘 청소년들이 서툴게나마 세상에 손을 내미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아직은 예산도 거의 없고 인력도 모자란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해나가지는 못해요. 하지만 인천에 이런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청소년들이 많더라고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청소년만큼 힘든 세대가 또 어디 있을까.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고 혼란스러운데 사람들의 기대치는 너무나도 높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다. 현재의 행복과 욕망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모두 뒤로 미뤄놓아야만 한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나중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 때. 그 때가 바로 청소년기가 아닐까.
“참 안타까운 게 언젠가부터 십대 아이들을 보면 발랄하게 통통 튀는 젊음의 에너지가 아니라 혹독한 현실에 지쳐 무기력해진 모습이 더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게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사무국장의 말대로 내일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행복해보였다. 어쩌면 이 모습이야말로 십대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야 할 시기에 입시지옥에서 고통 받고, 어른들로부터 소중한 인권을 위협받는 게 우리 아이들. 그 현실을 잘 알기에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이 20년 가까이 늘 청소년 곁을 함께 해온 것일지 모른다. 책과 함께, 사람과 함께, 세상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나누고 누리는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인권친화적인 가치와 문화에 기반한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비영리민간사단법인으로 1993년 설립되었다. 청소년들이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고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참여활동과 특기적성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건강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지향한다. 2009년에는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을 설립, 책과 함께 세상을 만나는 다채로운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 리더십 교육, 공정여행프로그램, 청소년인권지킴이사업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문의 www.youth.incheon.kr, 032-528-3669
후원계좌 농협 137-01-3800831(예금주: 청소년인권복지센터내일)
by 트래블러 2011. 11. 22. 03:18
people 화제의 인물
교육인은 희망의 신이다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가르친다는 것,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무게감은 때로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날개를 맘껏 펼칠 수 없는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벽 교수를 만나 이 시대 교육인들이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조언을 들어봤다.

Written by 홍유진 Photo by 백기광

요즘 조벽 교수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교사다’, ‘명강의 노하우 노와이’ 등 잘 나가는 교육서를 집필하면서 각종 지자체 및 학교를 돌아다니며 교수법에 대한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또, 각종 기업 등에 특강을 나가 인재를 기르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는가 하면, 최근에는 KBS 예능프로그램인 ‘도전자’에 멘토로 출연해 주옥같은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그렇게 조벽 교수는 교수법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유명인사다.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교육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기계공학박사인 그는 공학을 가르치는 평범한 대학교수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좀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시건공과대학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오랜 기간, 창의력을 위한 혁신센터와 학습센터의 소장을 역임해왔으며 미국 과학재단 연구상, 미시간 주 최우수 교수상, 미국공학교육학회 교육자상 등을 수상했다. 잘 가르치고 싶다는 교육에의 열정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제 그는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진정한 교육을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해 가장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전문가가 되었다.



절망하는 교육자들

조벽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EBS다큐프라임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나름대로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는 현직 교사들의 멘토로 출연해 진정한 교육의 가치가 무엇인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콕콕 짚어주는 그의 모습이 통쾌하다 싶을 만큼 대단했다.
이처럼 그는 ‘교사를 가르치는 교수’로 더 유명하다. 가르치는 사람을 가르친다. 즉,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그이기에 최근의 학교붕괴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크게 드러냈다.
“최근 교실 분위기의 현상은 가정 붕괴 현상과 맞물려 있어요. 사실, 옛날에는 가정에서 인성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교과만 가르치면 되었거든요. 하지만 가정이 붕괴되면서 학교가 떠맡아야 하는 교육의 영역이 더 광범위해지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거고요.”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학생은 선생을 불신하며, 학부모는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매번 정부에서는 교육혁신을 부르짖지만 더 나아지기는커녕 아이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건 교육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이 사회의 모든 문제는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교육문제, 정치문제, 경제문제를 모두 따로 놓고 보니 풀릴 길이 없습니다. 모든 분야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풀어나가야 하는데 서로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하기만 해요.”
조벽 교수는 그동안 많은 교사들을 직접 만나고 상담해왔다. 지난 10년 간 그가 교사들을 만나며 내린 판단은 ‘점점 절망하는 교사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
“절망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사인이라고 봐요.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희망을 주는 거거든요. 그런데 희망을 줘야 할 주체인 교사들마저 절망하게 하는 교육이라면 학생들도 절망을 배울 수밖에 없는 거죠.”
사람이 절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있다. 즉, 많은 수의 교사들이 교육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분명 교사들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교사란 많은 것을 아는 사람, 지식이 많고 똑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에요. 교사는 공부의 신이 아니라 희망의 신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자는 한 사람의 인생의 한 부분에 개입해 변화를 일궈내야 하고, 그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조 교수는 ‘교육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즉, 인성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라는 소리다.

"교사란 많은 것을 아는 사람, 지식이 많고 똑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에요. 교사는 공부의 신이 아니라 희망의 신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자는 한 사람의 인생의 한 부분에 개입해 변화를 일궈내야 하고, 그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교육의 틀을 깨라

하지만 이미 지난 수십 년의 시간동안 우리나라 교육계의 방향은 점점 비정한 경쟁주의, 치열한 입시지옥 쪽으로 고개를 튼 지 오래다. 아이들은 초점 잃은 눈빛으로 학교와 학원을 왔다 갔다 하고, 어른들은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옥신각신하며 싸우는 데만 급급하다.
“치열한 입시지옥 그 이면에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진짜 현실이 숨어 있어요. 매년 200여명의 10대 아이들이 자살을 택하고, 152명의 아이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한다고 합니다. 또, 세 명 중 한 명은 진심으로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하죠. 이렇게 어마어마한 숫자의 학교부적응 학생들은 나중에 성장해서도 사회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커질 겁니다. 그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까요?”
아이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교육은 결국 학교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이는 나중에 부메랑처럼 엄청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올 거란 소리다. 특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힌 사건 사고들은 그 빈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잦아지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이거 큰일 났구나’하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이건 분명 위험한 조짐입니다. 지혜로운 사회는 이런 조짐이 눈에 보일 때 적절한 대응을 할 줄 압니다. 그러나 지혜롭지 못한 사회는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지경에 가서야 허겁지겁 뒤처리를 하죠.”
우리나라의 교육계가 지금 무척이나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모든 교육인들이 직시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강조했다.
이처럼 공교육이 무너져가고 있는 데에는 앞서 언급했듯 학교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 너무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교수는 교육의 틀이 앞으로 좀 더 유연해지고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교육계 종사자들은 선을 긋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공교육과 사교육의 대립이 심한데 앞으로의 평생교육시대에는 이러한 구분이 점점 의미없어질 겁니다. ‘교육=학교교육’이라는 생각의 틀부터 깨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평생 일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패턴이었을 때는 그 구분이 유효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라는 거다.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한 명에게 투자하는 교육비가 대학 4년 등록금에 맞먹는다.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공부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익히며, 그것은 삶을 더 윤택하게 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테면 기업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통해 학위를 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일하면서도 학위를 딸 수 있다면 굳이 대학 입시에 매달릴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전통 교육기관이 모든 것을 독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교육혁신이 더 느려지고 있습니다.”

교육, 그 의미를 확신하다


조벽 교수는 언젠가 교육과학기술부 정책 모임에서 정식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사교육을 정규교육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즉, 사교육을 정식 협력기관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제 교육은 초중고등학교, 대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한다.’
“사(私)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사(死)교육이 문제죠. 훌륭한 교육은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교육이에요. 지금도 적성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만 예고나 과학고에 갈 수 있을 뿐이죠. 그조차 등급이 매겨져 선을 긋는 데 이용되고 있어요.”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을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법이다.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는 사교육의 인프라를 정규 교육으로 흡수하고 인정해주면 어떻겠느냐고 그는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외면하고 억압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구체화하고 조직화해서 교육의 틀을 제대로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평생교육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학위나 간판이 아닌 진정한 실력과 자신만의 개성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의 말처럼 이렇게 세상은 쉴 새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람들의 마인드와 라이프스타일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교육자들이 거기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계속하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교육계는 많은 분야 중에서 가장 변화가 느리고 보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를 조 교수는 시스템과 교육의 방향이 불일치하는 데서 온다고 설명했다.
“말로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인 학생은 튄다고 욕을 먹잖아요. 시스템과 교육의 방향이 맞지 않는 거죠. 그 사이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의 방향에 시스템을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만 진정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 가 없을 터이다.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의 특징이 뭔 줄 아세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가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랍니다. 교사들이나 강사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교육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어떤 이가 ‘나로 인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어디에서 뭘 가르치든 분명 훌륭한 교육자일 겁니다.”
by 트래블러 2011. 11. 2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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