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매일 한두 건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집에 와서 원고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마음이 심란하여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는다.
한 페이지를 한 시간 안에 써내지 못하면
자유기고가로 살 생각은 애저녁에 접는 게 좋다는
한 선배의 말처럼,
나는 애초에 자격이 없는지도 모른다.
한번도 능동적으로 일거리를 찾아나서 본 적이 없고,
입찰이라는 게 뭔지, 영업은 개나 줘버리라는 식의
다소 이기적이고 무기력한 나의 일하는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그 선배의 태도에 나는 분명 화가 났다.
땀 흘리고 애를 써서 취재하고 써낸 기사보다,
제대로 돈을 받아낸 기사가 더 값어치 있다는 말에 울컥했다.
사람 잘못 만나면 조금 덜 받을 수도 있고 재수 없으면 못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땀흘려 써낸 원고가 의미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누군가는, 그래도 몇 명인가는 그걸 읽어줬을 텐데...
그래서 이 일이 매력있는 것 아닌가?
결과물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세상 어딘가를 떠돈다는 게.
뭐, 냄비 받침으로 쓰이든, 헌책방 구석에서 발견되든,
오래된 서랍장 안에서 썩어가든간에 말이다.
이렇게 이기적이고 무기력한 나의 글을 누군가필요하다고 하면
난 왠만하면 써준다. 돈 계산 안하고 쓴다.
그 노동력 아껴서 얼마나 행복해진다고.
에효, 아무리 주절대 봐도,
아직 내가 초짜인 건 맞다.
'넌 애송이야~'라고 비웃는 듯한 선배의 눈빛.
잊히지가 않는다.
에고, 지우자. 지워버리자.
당장 내 앞에 남은 5개의 인터뷰 기사와 에세이...
마무리 해야지.
기쁜 설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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