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했어야 할 일을 오늘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요즘이다.

하긴, 언젠 안그랬나.

어제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집에 불러다가 진탕 놀았고,

오늘은 친구커플을 만나 더블 영화데이트를 했다.

원래 밥이나 먹고 얘기나 하다 오려고 하던 참인데

밥먹고 딱히 할일도 없고, 그렇다고 정말 밥만 먹고 오기엔

초대한 사람도, 간 사람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어

결국 가까운 극장엘 가게 됐다.

안 그래도 요즘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참이라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써니'를 보기로 했다.

결론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안그래도 전날 고딩 때 친구들과 당시 돌려쓰던 일기장을 함께 보며

깔깔 웃고 수다떨던 여운이 남아있어 더 그랬다.

그 일기장은 당시에 '날적이'라 불리었는데

처음엔 7명, 그 담엔 6명이서 돌려가며 일기라고 해야하나, 편지라 해야하나...

암튼 글을 적었다.

십몇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니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고 유치한지

또, 뭐가 그렇게 힘들고 화가 났던 건지

구체적인 정황은 안적혀 있고, 그저 감정에만 충실해서 써내려간 일기들..ㅋㅋ

공감가는 대목이나 딴지걸고 싶은 문장이 있으면 서로서로 멘트를 달기도 했는데

이제와서 보면 우리가 젤먼저 '리플 문화'를 창조했던 셈이다.

영화 써니는 솔직히 우리 세대 이야기는 아니다.

추정하건대 약 10~15년 전세대인것 같다. 그래서 패션이라든가,(우린 교복만 주구장창 입었으므로)

라디오나 음악(우리에겐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나 '별밤'같은 게 대세였다.)

시위 문화 같은 것(90년대후반은 학생운동이 막을 내리는 시기였으니까)

등 디테일 면에서공감을 하긴 어려웠다.

다만 '우리는 하나다'라는 공동체 의식,(누구 하나 힘들다는 뉘앙스만 던져도 지겹게 나오는 말 '잊지마, 네곁엔 우리가 있잖아.-_-)

별거 아닌 일에 끌어안고 통곡하던 문화(? 당췌 이해를 못하겠다. 왜 그리 울었는지... 축제를 해도, 발표회를 해도.. 뭐만 끝나면 그렇게 울어댔다. 그 땐 나름 감동이라고 생각했던 듯.)

아, 노래하고 율동하던 문화는 비슷하다 볼 수도 있겠다.(우리 때는 HOT의 캔디, 터보의 트위스트킹.. ㅎㅎ)

암튼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도 역사가 있었다'는 주인공의 독백을 들으면서

문득, 내 여고시절도 한편의 영화같았다는 생각에 아련함이 느껴졌다.

우리 힘으로 해냈던 발표회들...(아, 우린 영화동아리였다)

우리끼리 돈모으고 주변 분식점, 식당 돌면서 스폰(?)도 얻어서 어렵사리 해냈었다.

주변 학교 친구들, 선배들 초대해 고사도 지내고..(여고생들이 뭘 안다고 제문도 읽고 태우고;;;당췌 어디서 배웠던 거야?)

작품 보여주는 사이 사이, 쉬는시간마다 만나 연습한 노래와 율동도 보여주고, 상황극도 하고..ㅋㅋ

끝나고 막걸리에 닭강정 사다가 뒷풀이하면서 또 엉엉...ㅋㅋ

아쉬운 건 영화써니 처럼 당시모습을 담은 영상 하나 남겨둔 게 없다는 것.

우리가 함께 웃으며 울며 찍었던 필름들은 다 어디에 있는거니...ㅠ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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