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름 행복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내 인생의 모토가 바로

'제대로 사는 건 힘들지만 행복하게 사는 건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다.

왜냐면 행복이란 게 다 마음먹기 나름이거든.

두루뭉술한 말 같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은 경험은 확대 해석해서 마음에 담고,

기분나쁜 경험이나 안좋은 일은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거나

가능하다면 망각한다.

첫번째 것은 그래도 쉬운 편인데,

안좋은 일을 망각하고 지워버리는 일이라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좋은 일이 많으면 그 에너지로 지워버릴 수도 있지만,

가끔 그 에너지가 고갈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행복전문가인 나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방전상태가 되고 만다.

두리번두리번거리며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곳, 방법을 강구해보긴 하지만

아무튼 안좋은 일이 겹칠 때는 한도 끝도 없는 법이니까.

뭐, '이조차도 언젠간 지나가리라.' 하며 흐르는 시간에 맡겨버릴 수 밖에.

오늘은...

미처 준비를 못한 참에 방전이 되어버렸다.

저녁을 먹으러 치킨집에 가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하필이면 방전이 된 것이다.

그럴 때는 겉잡을 수가 없다.

주위에 사람이 있건, 홀서빙직원이 뜨끈뜨끈한 후라이드 치킨을 들고 오던,

옆 테이블에서 큰소리로 술주정을 하던,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민망해지던...

눈물이 후두둑 쏟아져 내린다.

난감하다.

마치 사람많은 대로 한가운데서 오줌을 싸버린 기분이랄까.

낭패라는 생각에 쪽팔린데

계속 눈물과 콧물이 흘러내린다.

결국 저녁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집에 돌아왔다.

허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고갈된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

여전히 일은 쌓여있으니, 꾸역꾸역 에너지찌꺼기라도 모아서

밤늦도록 다 해내야 한다.

빌어먹을 책임감과 속박 때문에.

내가 이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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