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특별히 일이 안 풀리고 그런 건 없었는데

스케줄이 꼬이고, 이것저것 생각할게 많아지다보니

좀 힘들었다.

하루종일 제대로된 식사를 못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될 터이다.

바깥 취재도 많고,

집에 와서 써야할 글도 산더미고...

그런데 집은 쉴만한 곳조차 못되고...

아침에 본 그대로의 설거지들,

건조대 위의 빨래들,

치우지 않아서 곳곳에 배인 고양이 똥냄새...

현관문을 열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에 들어와 이 모든 것을 한 눈에 일별하고

책상에 가방을 놓는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짜증이 확 몰려왔다.

일단은 밥을 먹었다.

냉동실에 얼려놨던 밥을 꺼내 데우고,

주섬주섬 반찬들을 꺼내어

힘이 없어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꾸역꾸역 저녁식사를 했다.

같이 사는 사람은

신경질이 잔뜩 난 내 표정을 보며 슬슬 눈치를 본다.

눈치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이 상황이 저 사람 때문은 아닌데...싶어 미안하면서도

풀릴 길 없는 짜증에 그냥 내버려두고 만다.

굳이 탓을 하자면, 내 욕심 탓이겠지.

돈도 벌고 싶고, 집도 깨끗하고 예쁘게 단장하고 싶고,

재미있게 살고 싶고, 먼 미래에 투자도 하고 싶고...

모든 걸 내가 하자니 버겁고,

같이 하자니 성에 안 차고...

뭐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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