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커피 한 잔을 타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 간만에 느긋한 하루를 보냈다.

쓸 원고가 많았음에도... 지난 며칠간 너무 종종거리느라 여유가 없었기에

약간 재충전을 했달까?^^

아침 8시쯤 일어나 토스트와 과일로 아침을 먹고, 쓰레기장이 되기 일보직전이던

내 책상 주위를 싹 치웠다. 수많은 자료와 각종 잡지와 신문이 뒤섞여 있는 걸

정리하고, 버릴 건 버리고... 책상도 한번 닦아주고 하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겨울담요들과 베개 커버도 싹 다 빨았다.

청소기도 밀고... 그러고 나니, 좀 기분이 개운해졌다.

점심 때는 신랑과 나가서 떡볶이도 사먹고...

고운 5월의 햇빛을 받으며 산책도 했다.

그러고 나니 남은 원고들...

오후부터 책상에 앉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또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먹고 나서야 정신차리고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주간지에 보낼 할당원고 4개를 다 쓰고...

사보에 보낼 에세이 하나만이 남았다.

내 다섯손가락이 수천번 키보드를 쳐대고,

한글 파일을 생성하고 거기에 텍스트를 써넣고,

저장을 해서 메일로 보내면, 책자에 인쇄되어 세상에 나온다.

내가 창조해낸 수없이 많은 글들..

어제도 썼고, 그저께도 썼고... 앞으로도 계속 쓸 나의 글들이

가뜩이나 정보로 가득한 이 세상에 오염도만 더 높이는 건 아닐지

문득 걱정이 되는 밤이다.

당장은, 헛된 생각을 접고

마감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글 파일을 열어야 할 때다.

난 글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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