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잘생긴 얼굴도,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배우 생활 20여 년 만에 예능 프로그램 MC 자리까지 꿰찬 김승우(41세). 처음엔 <김승우 쇼>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그의 이름 가운데 ‘승’자를 따서 <승승장구>라는 이름으로 토크쇼의 막을 열었다.
첫 방송 시청률은 10%. 야간 시간대인데다 <강심장>과 같은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김승우의 편안한 진행과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려는 참신한 기획이 잘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제2의 <박중훈 쇼>로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강심장>에 대항하고 <상상플러스>를 대신할 카드, 김승우. 과연 그가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연기, 음악, 진행 실력을 두루 갖춘 ‘능력남’
“그동안 토크쇼를 맡아달라는 제의가 많았어요. 만약 하게 된다면 교양 프로그램 MC를 하고 싶었는데, 예능을 먼저 하게 됐네요. 사실 배우 입장에서 예능 MC를 선택하기까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어요. 아내와 지인들의 격려에 힘을 얻어 MC를 맡기로 결정했죠.”
김승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장동건, 정우성, 황정민 등 톱스타들로 구성된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단장직을 맡고 있는 등 범상치 않은 인맥을 자랑한다.
첫 출연자 역시 그의 최측근인 아내 김남주였다. 부부가 토크쇼에서 MC와 게스트로 출연하는 일은 방송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김승우는 극구 반대했단다.
자신의 인맥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프로그램 자체의 힘을 기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은 인맥이 넓은 편이 아니라며 항간에 퍼져 있는 ‘마당발’이라는 소문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원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한 성격이에요. 오히려 이 기회에 인맥을 넓혀보고 싶은 마음이죠. 제 주변 사람이 아닌, 교류가 없던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예능 초짜’인 만큼 그는 이번 프로그램에 ‘올인’하고 있다. 방송 녹화 후 편집실로 달려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명 ‘트렌디세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개그가 뭔지 들여다보고, 아이돌 그룹 멤버 이름도 외우고 있으며, 패널인 2PM 우영에게 직접 춤을 배우는 등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우리가 볼 때 별것 아닌, 당연한 것들이 그에겐 엄청난 과제다.

“20년 동안 연기만 하다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니 부담이 많이 돼요. 아이돌 그룹도 누가 누군지 헷갈리고, 최신 가요도 잘 모르거든요. 학교 다닐 때 밴드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요즘 드럼 연습을 하고 있어요.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작품이나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승승장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 센 패널들이 잔뜩 나와 독한 질문이 쏟아지는 요즘 토크쇼의 유행에서 한발 물러나 있으면서도 그 나름대로 재미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재미 중 하나가 초보 MC 김승우의 노력과 열정이다. 매회 게스트와 어울리는 곡을 선정해 직접 드럼 연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열심히 춤도 추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 첫 회의 ‘우리 지금 만나’라는 코너를 통해 명동 한복판에서 장구를 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배우 생활 20년 중에 가장 힘든 날이었어요.(웃음) 처음에는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고민도 많이 했죠. 그냥 <승승장구>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작품 주인공으로서 상황에 임하고 있어요.”
독한 질문으로 게스트를 압박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낚시 기사를 유발하는 내용이 없어 시청하기에 편안한 것도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이는 최화정, 김신영 등 보조 MC들이 쳐주는 적절한 양념과 더불어,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감동을 이끌어내는 그의 재치에 힘입은 바 크다. 덕분에 ‘황정민 편’에서는 무명 시절 이민을 생각하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괌에 가서 여행 가이드를 하려고 했다는 황정민의 속 깊은 이야기도 끌어낼 수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다는 이유로 SBS <강심장>과 비교를 하시는데 저의 목표는 <강심장>이 아닙니다. 각자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는 하지 않았으면 해요. 시끄럽지 않은, 그러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쇼로 만들고 싶어요.”
온갖 루머로 인해 괴로웠던 지난날들
사실, 김승우만큼 온갖 악성 루머에 시달린 연예인도 흔치 않다. 톱스타 이미연과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현재 아내 김남주와의 재혼 과정에서 불거진 상상을 초월하는 소문들…. 지난해에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그간 루머에 시달리며 받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결혼설’ ‘스폰서설’이었다. 첫딸이 사실은 스폰서의 딸인데 김남주가 그것을 무마하려고 일부러 김승우와 결혼한 것이라는 둥, 아기가 흑인으로 태어났더라는 둥, 별별 소설 같은 소문들도 많았다.
“아내가 첫아이를 13시간 진통 끝에 낳았어요. 나를 닮아서 머리가 크고 코가 커서 시간이 더 걸렸대요. 그렇게 힘들게 낳은 아이더러 내 아이가 아니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건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에요.”
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남주의 고통은 더했다. 데뷔 초 ‘성형설’을 시작으로 수많은 악성 루머에 시달려 만성이 된 그녀지만 자신의 아이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엄청난 고통이었다. 한창 심할 때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이민 갈 생각도 했다고 한다.
아이를 공개하면 이러한 의혹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승우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 때문에 아이가 유명세를 치르게 하고 싶지 않다”며 확고한 교육관을 전했다. 그 덕분에 라희, 찬희 두 자녀는 아직까지 언론에 공개된 바가 없다.
이제는 김승우에게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가 바로 아내 김남주다. 결혼 전부터 내로라하는 CF 퀸이던 그녀지만 지난해에는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부부가 함께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다. 지난 2005년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지금껏 잉꼬부부로 금슬을 자랑하고 있다. 김남주는 <승승장구> 첫 회 방송을 통해 “유호정의 소개로 한 모임에서 만났는데 보는 순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간의 추측과는 달리 자신이 먼저 남편을 좋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결혼과 출산은 김남주의 연기 생활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영화 <그놈 목소리>,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에서 실감나는 엄마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 것이다. 실제로 김남주는 내조의 여왕이자 재테크의 여왕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승우와 결혼한 뒤 그녀는 주상복합 건물이 지어질 예정이던 땅 중 3백52.4㎡(약 1백6 평)를 매입해 이익을 보기도 했고, 2008년에는 청담동 노른자위 땅에 있는 5층짜리 빌딩을 부부 공동명의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 빌딩은 구입 당시 80억원이었는데 현재는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하는 배우
김승우는 요즘 <승승장구>와 함께 전쟁영화 <포화 속으로>의 촬영을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포화 속으로>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총 제작비 1백50억원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김승우를 비롯, 차승원, 권상우, 탑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950년 8월 10일 새벽, 수백 명의 북한 정예군과 남한 소년 학도병들 사이에 벌어진 실제 전투를 소재로 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반기에는 이현승 감독의 새 영화 <밤안개>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송강호와 투톱으로 캐스팅된 김승우는 이 영화에서 냉정한 킬러 역을 맡게 됐다.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쉼 없이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김승우. 예능 MC로 변신에 나서긴 했지만 아직은 검증 단계에 불과하다. <승승장구>의 성공도 확실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잡혀가면서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김승우와 보조 MC인 우영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가히 찰떡호흡이라 할 만큼 잘 어울린다. 카리스마 있는 베테랑 연기자인 김승우가 이제 막 데뷔 1년이 넘은 우영에게 쩔쩔매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준다. 우영은 적재적소에서 한마디씩 툭툭 내뱉어 ‘승우 잡는 우영’이라는 수식어를 달기도 했다. 김승우 역시 예측하지 못한 우영의 강한 멘트를 부드럽게 잘 넘기며 편안하게 웃음으로 이끌어준다. 또 필요할 때는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어쩌면 1990년대에 한창 인기를 끈 최수종, 김혜수, 이승연 등 배우 토크쇼의 계보를 김승우가 다시 잇게 될지도 모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을 딛고 일어서 전보다 더 담대해지고 여유로워진 김승우. TV에서는 편안하고 유쾌한 옆집 오빠 같은 모습을, 스크린에서는 더욱더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을 뽐낼 그의 2010년이 더욱 기대된다.
by 트래블러 2010. 4. 25.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