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 열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광의 주인공이 된 허각은 이미 슈퍼스타 못지않은 대우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비의 스타성도, 2PM의 몸도 아닌 진정성 하나로 밀어붙이는 순진무구한 보통 청년 허각의 인생역전 풀 스토리.
10월 23일 새벽 1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슈퍼스타K2> 현장. 시상자인 배철수 입에서 운명은 결정되었다.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허각입니다!”
참가자 1백34만6천4백2명, 우승 상금 2억원, 실력파 뮤지션 3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제작기간 11개월, 케이블 방송 역사상 최고 시청률 연일 갱신,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이처럼 화제를 불러 모은 방송 <슈퍼스타K2>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강력한 라이벌 존박을 제치고 최후의 1인으로 허각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감동의 드라마는 드디어 완성되었다.
키 작고 뚱뚱한 보통 청년, 기적을 노래하다
TOP11 후보들 가운데서 허각의 우승을 점친 이는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슈퍼위크 때 박진영에게서 “유일하게 소름이 끼쳤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가창력 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만큼 다른 후보자도 쟁쟁했기 때문이다. 예선 때부터 독특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로 화제를 불러 모은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수려한 외모와 선량한 매력의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 존박, 건방지지만 당당한 매력으로 소녀 팬들을 사로잡은 강승윤 등 실력과 미모를 두루 갖춘 다른 후보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진행되는 동안 우승 확률이 높아질수록 허각의 ‘뒷심’은 빛을 발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올곧게 가수의 꿈을 키워온 그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한결같이 감동을 주는 그의 가창력,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팀원들을 아우르는 착한 성품,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예능감 등…. 결국 TOP3 때부터 눈에 띄게 증가한 시청자 문자 투표를 받은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2>를 통해 새삼 느낀 건 세상에 저 같은 분들이 참 많다는 거예요. 저를 보고 공감을 느끼고,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저한테 한 표를 주셨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가 진짜인 것 같아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여자친구를 공개하고 예쁜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도 한몫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여자친구가 나와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해한다”며 “우승하면 눈높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가 뭐래도 난 여자친구가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했을 땐 매력이 배가 되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허각의 우승 요인은 영혼을 뒤흔드는 노래 실력. 생방송 무대 현장에서 허각의 노래 솜씨를 직접 들어본 관중들에 따르면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감동”이라는 평가. 그가 가장 즐겨 부르는 발라드에서는 깨끗하고 호소력 짙은 허각 특유의 고음 처리가 빛을 발했고, ‘조조할인’을 부를 때는 익살맞은 연출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에 이문세가 “나보다 노래를 더 잘한다”는 칭찬을 했을 정도였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TOP3 무대에서 ‘하늘을 달리다’를 부를 때였다. 감성적인 발라드가 전매특허인 줄 알았던 허각의 목소리가 파워풀한 멜로디와 그토록 소름끼치게 잘 어울릴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이후 결선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사상 초유의 점수인 99점을 연달아 받으면서 허각의 가창력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기가 되었다.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슈퍼스타K2>의 슬로건처럼,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 출신 가수 지망생이던 허각은 한순간에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르면서 진짜 기적을 만들어냈다. 2억원의 상금과 외제차는 비할 게 아니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 크고 작은 무대에서는 늘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K2> 도전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화제가 되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있다. 각종 음반차트 상위권에는 허각의 우승곡인 ‘언제나’를 비롯해 TOP11의 도전곡들이 늘 랭크되어 있는가 하면, 길거리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가족의 응원과 여자친구의 내조가 큰 힘
사실 <슈퍼스타K2>가 막바지로 갈수록 각종 언론에서는 다소 비관적인 뉴스를 쏟아냈다. ‘슈퍼스타K2가 진짜 슈퍼스타를 배출해낼 수 있나?’ ‘시즌1의 출연자들 중 누가 슈퍼스타가 되었는가’ ‘상혼에 물든 자극적인 쇼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이 열풍도 곧 사그라질 것이라는 진단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슈퍼스타K2>의 열기는 프로그램 종방과 함께 열기가 사라진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허각을 비롯해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 도전자들의 모든 것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지하철을 타고 가던 허각이 팬과 함께 찍은 ‘직촬 (직접촬영)’ 사진이 인터넷 뉴스에 도배되었다. 마치 그 유행에 편승하기라도 하듯 이후로 2AM, 장혁 등의 지하철 사진도 뒤따라 올라왔다. 허각이 최신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린 게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뮤직비디오 발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슈퍼스타K2> 촬영 때 존박과 함께 미션으로 수행한 ‘코카콜라 광고’도 공중파를 탔고, 각종 유수의 메이저 월간지들은 일제히 이들을 멋지게 포장해 화보로 실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슈퍼스타K2>의 영향력을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뒤따랐다. 기획사에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거쳐 전문적인 육성으로 키워낸 아이돌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가수들이 등장했다는 평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저 가수 지망생에 불과하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이처럼 주옥같은 실력을 지니고 있을 줄을 누가 예상했겠는가.
실력 위주가 아닌, 외모와 인맥 위주로 스타를 양성한 기존 가요계 시스템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만약 <슈퍼스타K2>와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허각 같은 가수는 가요계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소리다. 이러한 대중들의 자각과 뜨거운 사랑 덕분에 <슈퍼스타K2> 멤버들의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하루에 3시간도 못 자고 뮤직비디오 촬영에 각종 방송 출연까지 소화해내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 이 때문에 당분간 이들이 소속사를 찾아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이들을 담당하는 엠넷 측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슈퍼스타K>의 우승자인 서인국은 지난 9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슈퍼스타K>에 안 나갈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후 가수로 데뷔하고 싶다”며 <슈퍼스타K>가 붙여준 꼬리표를 부담스러워한 바 있다.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남보다 훨씬 수월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는 달리, <슈퍼스타K>라는 범국민적 오디션 프로그램이 붙여준 ‘아마추어’ 이미지는 여간해서 떼기 힘들다는 반증일 터다. 그래서일까. 서인국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앨범도 내고 공중파 방송에도 열심히 얼굴을 내밀었지만 스타로 인정받기는커녕 기억에 남는 이렇다 할 히트곡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데뷔 무대가 그의 가수 생활의 절정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을 법하다. 그렇다면 “신은 내게서 목소리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며 씁쓸하게 이야기하던 환풍기 수리공 출신 20대 청년의 성공 스토리의 절정은 지금일까, 아닐까?
허각, 그가 보여준 희망의 증거
“<슈퍼스타K>에는 자격 제한이 없잖아요. 얼굴이 못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나갈 수 있거든요. 저에게는 기회였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만 부를 줄 알면 나갈 수 있는 대회였기 때문에 그게 진정한 공정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재능이 있는데도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제가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뜨거운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겠지만 그의 우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 앞에도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희망,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 벌써부터 검색어 순위에는 <슈퍼스타K3>가 오를 정도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MBC에서 급하게 <위대한 탄생>이라는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사실상 아이돌들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최근의 대한민국 음악 시장에서 허각을 비롯한 <슈퍼스타K2> 출연자들의 등장은 실력 있는 신인을 원해온 대중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첫 앨범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에 접어드는 허각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가요계의 새로운 역사가 될지, 신선한 자극제로 끝날지는 이제 그의 혀끝에 달렸다.
나머지 TOP3, 존박·장재인·강승윤 요즘 뭐하나
최근 TOP4 멤버들이 함께한 모 패션지 화보 촬영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앳되고 때로는 어리바리한 20대 초중반의 아마추어가 아니라 벌써부터 프로의 향기를 풍기는 시크하고 도발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물밀듯 밀려오는 방송 섭외에 이어 CF 촬영까지,톱스타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근황을 취재했다.
여전히 여자들에게 인기순위 1위, 존박 잘생긴 외모, 순하고 착한 성격, 여심을 녹이는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여자가 원하는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춘 남자, 존박의 사생활은 요즘 여성들에게 관심 0순위다.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어 미용실에서 머리하는 동안 잠깐 눈을 붙이는 모습, 선 몇 개로 완성한 ‘멍 때리는 존박 초상화’, 주진모, 태양 등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통해 제기되는 ‘대두(?) 굴욕’ 등등 일상사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슈퍼스타K2>가 종방되자마자 가장 바빠진 것은 우승자 허각이 아닌 존박이다. 각종 CF 촬영에 화보 촬영, 방송 프로그램 출연에 봉사활동까지, 이미 존박의 몸값은 ‘초신인급’으로 분류돼 1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스케줄에 치이다가 정작 노래는 언제 하냐’는 팬들의 불만 섞인 항의도 적지 않다. 존박의 인기는 단순히 잘생긴 외모 덕분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호소력 짙은 솔 창법을 지닌 존박 특유의 가창력 덕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슈퍼스타K2>에서 부른 이문세의 ‘빗속에서’는 멤버들이 뽑은 ‘BEST무대’ 4위로 꼽히기도 했고, 상당한 기간 동안 각종 음악차트 상위에 랭크됐다. 팬들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존박의 앨범이 출시되길 바라고 있다.
당당하게 씩씩하게 음악의 길 걷는 장재인 <슈퍼스타K2> TOP4의 홍일점 장재인 또한 방송 종영 후 각종 방송 및 화보 촬영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왕따와 집단폭행을 당한 어린 시절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 그녀는 외롭고 고통스럽던 지난날을 음악으로 치유했다고 말한다. 수준급의 기타 연주 실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 트렌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매력 있고 독특한 보이스, 거기다 작사·작곡 능력까지, 매력 요소를 두루 갖춘 그녀가 TOP2를 눈앞에 두고 떨어졌을 때 모두들 하나같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닌 그녀는 패션 화보에서 보여준 섹시하고 시크한 모습처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17세, 본능적인 매력 덩어리 강승윤 <슈퍼스타K2> 본선에서 강승윤의 존재는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켰다. 스스로 자신의 별명이 ‘곱등이’라고 밝힐 정도로, 아슬아슬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지수를 제치고 TOP4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슈퍼스타K2>의 진정한 승자는 강승윤’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급호감으로 바뀐 것은 그가 부른 ‘본능적으로’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각종 패션 화보를 통해 ‘차도남’의 매력을 맘껏 발산해 누나들의 마음을 녹인 덕분이기도 하다. 시원시원한 경상도 사투리와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길쭉하고 마른 몸, 강승윤은 앞으로 너무도 많은 기대를 걸게 하는 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가 지닌 본능적인 끼와 매력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by 트래블러 2010. 12. 8.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