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라이어 캐리. 한때 그 이름은 일반인들에게 ‘팝송’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 발매할 때마다 화제가 된 <나우(NOW)> <맥스(MAX)>와 같은 컨필레이션 앨범은 늘 머라이어 캐리의 신곡을 표제곡으로 실어놓고 커다랗게 광고를 하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노래들은 발표와 동시에 화제가 되지만 아무튼 10년 전, 머라이어 캐리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사실 세상에 슈퍼스타는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도 슬럼프에 빠지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이 또 그쪽 세계의 생리다.

머라이어 캐리도 2000년대 초반, 컬럼비아 음반사 사장 토미 모톨라와 이혼한 이후 꽤 깊은 침체기를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데뷔 20년, 불혹의 나이를 앞둔 가운데서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과 가창력으로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그녀에게는 확실히 특별한 뭔가가 있다.

지난달, 머라이어 캐리는 열두 번째 정규 앨범 <메모아스 오브 언 임퍼펙트 엔젤(Memoirs of An Imperfect Angel)> 홍보차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새 앨범 홍보 투어의 시작을 한국에서 한 셈.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며 “안녕하세요”라고 서툰 한국말 인사를 건넨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이고 섹시한 몸매와 목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앨범 제목(Imperfect Angel)처럼, 그녀는 이미 어깨에서 ‘슈퍼스타’라는 한 짐을 벗어놓은 듯했다.

“유명인일수록 대중 앞에서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랬죠. 하지만 세상에 그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 점을 인정하면서 저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남편과 함께 노래를 썼어요.”

지난해 머라이어 캐리는 무려 10살이나 연하인 배우 겸 래퍼 닉 캐논과 결혼했다. 1980년 생인 그는 <드럼라인> <몬스터하우스> 등의 영화에 출연한 떠오르는 신예 배우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계기로 만난 두 사람은 6주간의 짧고 뜨거운 열애 끝에 비밀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러한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그녀는 행복한 가정생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가수로서의 성공 못지않게 가정생활도 잘 꾸려가고 싶어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잘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현재 저의 가장 큰 바람이에요.”

통산 18곡 빌보드 싱글차트 1위, 전 세계 앨범 판매량 총 2억 장, 그래미상 총 5회 수상 등 그녀를 수식하는 각종 기록들은 화려하다 못해 찬란하다.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그저 음악을 향한 자신의 열정만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머라이어 캐리. 이혼의 아픔과 가수로서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비록 완벽한 천사는 아닐지라도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인임엔 틀림없다.

취재 홍유진 사진 박정우

출처 우먼센스 2010년 3월호

by 트래블러 2011. 4. 7.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