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아이돌 동방신기가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팀을 나가 JYJ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남은 멤버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둘뿐. 사실 이들이 예전 명성을 이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슈퍼 아이돌 동방신기가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다.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팀을 나가 JYJ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남은 멤버는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둘뿐. 사실 이들이 예전 명성을 이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컴백곡 ‘왜(Keep Your Head Down)’는 3개 방송사 1위를 석권하며 그들의 에너지가 건재함을 알렸다.

“사실 저희 둘이 컴백하기까지 걱정하시는 분도 많았고 비판의 소리도 많았어요.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속상하던 건 ‘과연 너희 둘이서 될까?’라는 말이었죠. 하지만 저희는 동방신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더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 같아요.” (유노윤호)

“저희가 유달리 긴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었어요. 재중, 유천, 준수 없이 이제는 2명만으로도 동방신기 느낌이 나야 하니까요. 그 엄청난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이었죠.” (최강창민)

다시 정상의 위치에 서기까지

지난달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한 동방신기는 해체 당시의 심경과 컴백하기까지의 힘든 과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우정과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20대 건강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희 둘은 정작 아무런 심경의 변화가 없었고 선택의 갈래에 섰던 것도 아닌데, 분리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갑자기 찾아왔다는 게 억울했어요. 저희는 예전 그대로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요. 지금은 저희 둘이라도 더 열심히 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노윤호) 무대에 서지 못한 2년 3개월 동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간절함이 더욱 커졌다는 동방신기. 이윽고, 이들은 올해 초 잠실 주경기장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컴백 무대를 가졌다. 10만 명의 관중 앞에서 둘은 데뷔 무대 때보다 더 떨리는 경험을 했다. 과연 다섯 명의 몫을 둘이서 다 해낼 수 있을까, 오래 기다려준 팬들을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들의 귀에 들려온 열화와 같은 함성은 그런 우려가 그저 기우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줬다.

“다른 가수들의 팬들도 같이 함성을 질러주셨어요. 몇 만 명이었는데 그 소리가 제 심장을 쿵 때리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구나.” (최강창민) “사실 저는 되게 울컥했어요. 공백 기간에 무대를 바라보는 느낌이 가슴 아팠거든요. 내가 지금 저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언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서서히 동방신기가 잊히고 있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우연히 만난 어린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요즘 가수 누구 좋아해?’ 물어봤더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만 얘기하는 거예요. 동방신기는 아예 몰라요. 이대로 계속 가면 정말 위험하겠구나 생각했죠.” (유노윤호)

하지만 기우였다. 첫 무대부터 이들은 승승장구했다. 타이틀곡 ‘왜’는 1월에 나오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음반 판매량 1위를 석권했고, KBS2 <뮤직뱅크> 등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 3월에는 후속곡 ‘이것만은 알고 가’도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도 우리 둘이서 할 수 있구나. 불안해하시는 분들의 걱정을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게 우리가 잘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어요.” (최강창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그리고 ‘동방신기’란 이름을 지키겠다는 일념 덕분이었다.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둘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찰떡궁합이던 건 아니었다. 툭 까놓고 말해, 이들은 서로에 대한 첫인상을 ‘최악’이었다고 말한다. 각자의 성격과 성향, 데뷔 과정도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에이플러스’라는 광주의 유명한 댄스팀에서 활동하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그러다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SM청소년베스트선발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됐죠.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제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셨어요. 특히 엄격하던 아버지는 제가 서울을 오가며 데뷔를 준비할 때도 결코 가수 활동을 허락하지 않으셨죠.” (유노윤호)

유노윤호의 아버지는 “너를 제일 아껴주고 믿어주는 아빠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노래로 수만 명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냐? 그러니 넌 준비가 덜 된 거다”라며 아들의 근성과 오기, 자질에 대해 시험 아닌 시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의 깊은 뜻을 미처 몰랐던 그는 그렇게 그냥 가출을 결심, 상경하기에 이른다. “저는 대회에서 뽑히면 준비해서 바로 데뷔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왔는데 소속사 문을 여니까 저 같은 애들이 1백 명은 있는 거예요. 그때의 막막함이란….”

반면 최강창민은 매우 운 좋은 케이스로, 우연히 관계자 눈에 들어 개인 오디션을 보고 바로 계약서를 썼다. “사실 저는 가수의 꿈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중3 때 어느 날, 체육시간에 친구와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데 웬 여성분이 이상한 눈빛으로 계속 절 쳐다보시더라고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저를 잡고 ‘SM엔터테인먼트인데 오디션 볼 생각 있느냐’며 명함을 건네주셨어요.”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오디션을 본 그는 단 한 번도 춤을 춰본 일이 없어 ‘춤을 춰보라’는 면접관의 요청에 그저 ‘군대박수’로만 일관했다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 SM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했다. 유노윤호가 수많은 오디션을 통과해 어렵게 연습생으로 1년을 보내고 나서야 계약할 수 있었던 경우를 생각하면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윤호 형과 첫 대면을 했을 때가 아직도 생각나요. 날카롭게 생긴 형이 저한테 다가와 맨 처음 한 말이 뭔 줄 아세요? ‘적당히 하다가 연습생 그만둘 거면, 지금 당장 때려치워요.’ 저는 이게 뭔가, 싶었죠. 무섭기도 했고요.”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의 찰떡 호흡

그러나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악바리 근성을 지닌 최강창민은 피나는 노력으로 전국의 내로라하는 춤꾼들 못지않은 실력파로 변신해갔다. 그저 실력 없는 낙하산 취급을 하던 유노윤호도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동방신기의 멤버로 뽑힐 수 있었던 것이다.

데뷔하자마자 파란을 일으켜 국내는 물론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도 명성을 떨치며 승승장구하던 동방신기. 많은 팬에게서 사랑을 받고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20대 건강한 청년으로서 누리지 못한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연애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이상형은 어떨까.

“저는 성격을 많이 봐요. 그리고 멤버들 사이에서는 주로 리드하는 편이었는데, 연애할 때는 오히려 저를 리드해주는 여자가 좋아요. 잘못된 점이 있으면 콕 짚어 지적해줄 줄 알고요. 똑 부러지는 여자라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노윤호) 최강창민은 1년 전까지 여자친구가 있었음을 고백하며 자신이 선호하는 이상형에 대해 밝혔다. “주로 특정 행동이나 말하는 모습에서 호감을 느끼는 편이지만 외모를 안 본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저는 한예슬 선배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시, 분을 쪼개는 바쁜 일정과 ‘열성팬’들의 뜨거운 감시 속에서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할 법하다. 그러나 어떤 환경에도 틈새는 있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저는 연애에 대해서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3년씩 세 번 사귀었거든요. 상처받는 게 싫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번 선택한 여자와는 길게 연애하는 편이에요.” (유노윤호)

동방신기 두 청년이 꿈꾸는 사랑

바쁜 시간에 쫓겨 연애는커녕 여자를 만나는 일도 없었을 거란 선입견과는 달리 평범한 연애를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강창민은 삐친 여자친구를 위해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스케치북 이벤트(스케치북을 한 장씩 넘기며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도 해줄 정도로 정성을 쏟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첫 키스는 어땠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키스가 있어요. 당시 여자친구가 취해서 저를 불러냈어요. 제가 부랴부랴 찾아갔는데 ‘당장 여기서 나에게 뽀뽀해. 못 하지? 이게 우리 한계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입고 있던 후드티로 얼굴을 가리고 짜릿한 키스를 했죠.”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연애사를 털어놓은 유노윤호는 “원래 스물일곱에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건 힘들 것 같고 새로운 목표를 서른두 살로 잡았다”며 결혼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최강창민 또한 “현명하게 내조를 잘 해줄 수 있는 여자이면 좋겠다”며 “만 나이 서른을 넘지 않은 여자를 만나고 싶다”는 독특한 결혼관을 밝혔다. 여자 나이 서른을 맥시멈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연상이든 연하든 상관없지만, 여자가 서른을 넘으면 아이를 늦게 낳는 게 좀 힘들 것 같아서”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다행히 이상형이 전혀 달라 여자 때문에 싸울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씨익 웃는 두 사람. 예전보다 더욱 단단하고 끈끈해진 이들의 우정을 응원하고, 아팠던 만큼 성숙하길 바란다.

이젠 동방신기가 아닌‘JYJ’… 재중, 유천, 준수의 요즘

JYJ는 동방신기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분쟁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이들의 무대를 보기 힘들어진 게 사실이다. 각 방송국 가요 프로그램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JYJ를 쉽사리 무대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다 보니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는데, 김준수는 방콕 공연 전에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앨범이 미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았는데도 빌보드 독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음반 5위에 올랐어요. 또 카니예 웨스트, 로드니 저킨스 같은 아티스트가 앨범에 참여했는데 팬들 외에는 잘 몰라요. 좋은 곡으로 앨범 퀄리티에도 자부심이 있는데 한국에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JYJ는 국내 활동에만 연연하지 않고 보다 넓은 무대에서 맘껏 비상하고 있다. 지난 4월 방콕과 대만을 시작으로 열린 ‘JYJ 월드투어 콘서트’는 전 석이 모두 매진되는 등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중이 직접 무대 연출을 맡을 정도로 엄청난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뮤지컬 등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KBS 드라마<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해 합격점을 받은 유천을 비롯, 조승우를 능가하는 티켓파워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준수는 아예 ‘뮤지컬돌’로 불린다. 재중 또한 일본 영화 <천국의 우편배달부> 등에 출연하는가 하면 국내 드라마 섭외 1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정 싸움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이를 통해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JYJ인터넷방송국’을 설립했다가 불과 하루 만에 사이트를 닫아버리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심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무리 열심히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서 SM엔터테인먼트와 동방신기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떨어지기 힘들 것이다.

“여전히 앙금은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멤버들끼리의 문제는 아니에요. 주위에서 오해와 거짓이 있었다고 봐요. 개인적으론 지금이라도 오해를 풀 수 있어요. 멤버들에게 이 자리에서 문자도 보낼 수 있고요. 사실 제 휴대폰 초기 화면도 아직 동방신기인걸요.”

한 스포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중이 이렇게 말한 것처럼, 어서 앙금을 털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JYJ 멤버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by 트래블러 2011. 5. 31.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