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일엔 명품 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 요즘 들어 남성들의 항변이 거세지고 있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여자들의 몫이 아니게 된 것이다. 1년 중 남자들이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날. 그래, 이날만큼은 애인 혹은 남편이 환호할 만한 멋진 선물을 안겨주자. 그런데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Q 잘나가는 남성 7인에게 물었다. 과연 그들의 대답은?
1 첫 밸런타인데이 선물
2 밸런타인데이 선물에 대한 여자들의 오해?
3 가장 인상 깊었던 선물
4 이런 선물 받고 싶다!
5 나에게 밸런타인데이란?

김동욱 (탤런트, 영화배우)

1 솔직히 고백하면 학교 다닐 때까진 밸런타인데이라고 특별한 선물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친구들이 단체로 돌리는 싸구려 초콜릿이 전부.

2 나는 여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라면 내가 주는 선물도 다 좋아해주지 않을까?

3
한 일본 팬이 준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출연했던 작품을 모두 포장지로 인쇄해 1백 개 정도 되는 초콜릿에 하나하나 싸서 선물로 만들어줬다. 까먹을 때마다 정성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4
그냥 단순하고 편한 게 좋다. 겨울엔 추우니까 손난로 같은 것도 괜찮고.

5
별 특별한 의미는 없다. 꼭 거창한 고백을 해야 하는 날이라기보다는 평소 호감을 갖던 상대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1 처음은 무조건 기억하고 있을 거라 여기는 것은 큰 오해다. 기억이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지 모른다. 내 기억은 오직 투덕투덕하게 생긴 하트 초콜릿만 간직하고 있다. 그 초콜릿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는 밸런타인데이를 기억할지 말지 결정해준다. 이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다.

2 동정은 필요 없다는 것. 직원들이 반쯤 의무적으로 챙겨놓은 편의점표 초콜릿 따위는 먹고 싶지 않다. 그녀한테서 사랑이 담긴 초콜릿을 받고 싶을 뿐이다. 초콜릿 사먹을 정도는 되니까 부디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초콜릿을 전해주시길.

3
20대가 끝나갈 무렵 여자친구가 손수 만든 초콜릿을 선물로 주었다. 아몬드가 잔뜩 들어가 있는 하트 모양의 두툼한 초콜릿이었다. 먹지 않고 5년 넘게 간직했던 것 같다. 오래전에 그녀와 헤어졌고 초콜릿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 초콜릿을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다. 촌스럽게 들리겠지만 그녀의 사랑도 무척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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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알려준 황금률을 기억하시길.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 남친에게 명품 가방을 받고 싶다면 명품 가방을, 목걸이를 받고 싶다면 목걸이를 선물하라. 적어도 그에 걸맞은 선물을 하라.

5
다가올 화이트데이와 그녀의 생일, 여름휴가 계획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벤트까지 그녀를 위해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초콜릿 한 조각으로 한꺼번에 떠올리게 만드는 날.

박상 (소설가)

1 한 번도 초콜릿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여자친구에게 농담했더니 “정말 초콜릿 같은 거 받고 싶어? 이상한 아저씨네” 하면서 그냥 편의점에 쓱 들어가서 사온 초콜릿 바. 어떤 초콜릿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건네는 건 달콤하기 그지없어서 한 번에 다 먹었다.

2 꼭 유형의 선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걸 마음껏 하게 해주는 건 어떨까. ex) 오늘은 밤새 게임 실컷 해.

3
밸런타인데이에 여친과 함께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받은 아이템. 여친이 거래 창을 열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꽃 같은 걸 줬는데 그만한 선물이 없었다. 선물은 비현실적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온라인게임인 데다 실용적이지도 않았으니 최고로 비현실적이었다.

4 밸런타인데이라면 당연히 ‘발렌타인 17년산’ 아닌가. 너무 비싸면 12년산도 괜찮다. 물론 함께 마시고 분위기 내기 위해서지 결코 술이 좋아서가 아니다.

5
성 밸런타인의 은총인지 거리에서 평소보다 ‘러브러브’ 분위기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알콩달콩 평화로운 날.

이런 선물은 이제 그만!

한껏 기대에 부풀어 내민 선물에 그의 반응이 혹시 2초 정도 늦지 않았는가?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뒤로는 작은 한숨을 내뱉지는 않던가? 센스 있는 애인은 못 되더라도 눈치 없는 여자가 되어선 안 될 일이다. 아래에 나열된 워스트 선물만 피해도 50점은 먹고 들어갈 수 있다.

1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옷 선물 낼 모레면 불혹을 바라보는 노총각에게 스키니 진을 선물한다거나 수줍음이 많은 그에게 선홍색 머플러를 둘러주는 건 좀 곤란하지 않겠나. 앞에서는 고맙다며 억지로 입어볼 수 있겠지만 그날 이후로 당신의 선물은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랜 잠을 자게 될 것이다.

2 정성만(?) 가득한 선물 물론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선물에 감동한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짠 목도리나 십자수 열쇠고리 다 좋다. 그러나 정작 자기는 정성과 ‘값어치’가 들어간 선물을 선호하면서 남자친구에게는 정성만 준다면 좀 불공평하지 않을까? 때로는 남자친구가 꼭 필요로 하는 선물을 함께 준비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3 의미 없는 초콜릿 남자들도 안다. 마음이 담긴 선물인지, 다들 하니까 예의상 울며 겨자 먹기로 돌리는 초콜릿인지 말이다. 왠지 나만 안 주면 안 될 것 같다고? 초콜릿 노래를 부르는 데 어쩔 거냐고? 걱정 말자. 남자들은 이틀만 지나면 누가 주고 누가 안 줬는지 다 잊어버리고 마니까.

4 마음의 선물(?) 가장 난감한 경우다. “자기는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자, 내가 바로 선물이야” 하면서 애교로 때우고 넘어가려는 여자친구. 맘 좋은 남자친구야 웃어넘기겠지만 속으로는 얄미워서 뒤로 넘어갈 것이다.

정성화(뮤지컬 배우)

1 아마도 첫 선물은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주신 선물이었던 것 같다.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좋아하는 여자에게 받은 선물이 아니어설까?

2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을 주면 화이트데이에 반드시 보상받을 거라는 오해?

3
T 팬티. 재미있는 선물이라 아직까지도 보관하고 있다.

4
특별히 여자에게서 무슨 선물을 받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5
배부른 날? 초콜릿을 하도 많이 얻어 먹어서 하루 종일 배가 부르곤 한다.

손제호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 스토리 작가)

1 워낙 어렸을 때라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밸런타인데이가 무슨 날인지도 몰랐던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여자아이가 근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콜릿을 사줬던 것 같다.

2 남자도 마음과 정성이 담긴 이벤트 좋아한다. 하지만 마음과 정성이 담긴 데다 가격까지 나가는 것도 좋아한다. 여성분들은 이 사실들을 알면서 외면하지 말아주시길.

3 최근에 받은 수제 초콜릿.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줬는데 엄청 감동했다. 직접 만든 초콜릿은 영화나 만화 같은 데서나 봤지 내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갖고 나가서 지인들에게 자랑했다가 수제 초콜릿 정도는 흔히들 주고받는다는 면박만 들었다. 오버했던 것이 좀 민망했다.

4 어떤 선물을 주느냐보다 어떻게 선물을 전하느냐가 남자들에게는 더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열심히 선물을 준비해놓고는 민망하다고 툭 건네는 것보다는 작은 선물이라도 살며시 포옹과 키스를 하면서 안겨주는 게 훨씬 기쁘다는 것! 남자란 그 정도로도 얼마든지 가슴이 뛸 수 있는 동물이다.

5 남자의,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신미식 (여행 사진가)

1 아마 많은 남성에게 첫 밸런타인데이 선물은 이게 아니었을까? 5백원짜리 가나초콜릿.

2 여자들의 진심을 오히려 내가 오해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화이트데이를 대비한 선심’이 아닐는지.

3 선물은 역시 정성이다. 언젠가 받았던 목도리와 털 조끼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추운 겨울 동안 그 작은 손으로 한 올 한 올 정성을 담아 떴을 그녀를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4 밸런타인데이는 누가 뭐래도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바로 프러포즈.

5 나에 대한 관심도를 확인받고 싶은 날.

장동민 (KBS 개그맨)

1 믿기지 않겠지만 중학교 때부터 내 팬클럽이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책상 위에 인형이며 직접 짠 목도리같은 것이 초콜릿과 함께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땐 왠지 창피하기도 하고 남자애들 앞에서 괜히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다 나눠주고 말았다.

2 사실 난 밸런타인데이가 남자가 주는 날인지 여자가 주는 날이지 아직도 헷갈린다. 꼭 무슨 날이라고 특별하게 대하는 것보다 평소에 잘해주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3 아까 말했던 선물.

4 차나 한 대 뽑아줬으면……. (웃음) 이건 농담이고, 내가 액세서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수제 초콜릿에 반지 같은 것을 넣어서 주면 무척 감동적일 것 같다. 그러다 먹어버리면 곤란하겠지만.

5 여자친구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날.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어서 그러고 싶어도 할 수 없지만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기념일마다 꼭 여자친구를 삐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뭔가 특별한 선물을 원해?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

● 솜씨몰 http://www.somcmall.com 기념일에 필요한 선물은 여기 다 있다. 장미세스, 호박세스 등 정성 어린 포장이 돋보이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비롯해 커플 액세서리, 십자수 퀼트 작품과 둘만의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맞춤 앨범, 달력 등 마음과 정성을 담은 선물을 준비해보자.

● 데이투유 http://www.day2u.com 연인 사이의 선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예쁜 포장이 아닐까? 여자로서의 미적 센스를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사이트에서는 종이 접기를 비롯해 다양한 포장 방법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면 완성된 포장 선물을 구입할 수도 있다.

● 삐삐통 http://www.ppippitong.com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식재료부터 포장까지 모든 준비가 갖춰진 DIY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최소한의 수고로 그에게 직접 만든 케이크를 선물할 수 있다.

● 아더랜드 http://otherland.co.kr 호기심이 많은 그에게 뭔가 새로운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다면 외국에서 직수입한 선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디지털 제품부터 피규어 등의 장난감, 독특한 기능의 디자인 소품까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 옴므야 http://www.hommeya.com 남성 화장품 전문 쇼핑몰. 유명한 브랜드의 수입 화장품과 향수뿐 아니라 보디 케어, 헤어 케어 제품군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세련된 선물 포장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남편 선물 챙기셨나요?
밸런타인데이, 센스 있는 아내 되기

연애 시절에는 한 번이라도 기념일 챙기는 걸 빼먹으면 큰일 날 것처럼 굴었던 5년 차 주부 김명희 씨. 생각해보니 결혼한 뒤에는 밸런타인데이에 남편 입에 조그만 키세스 초콜릿조차도 넣어준 적이 없다. 사느라 바빠 결혼기념일 챙기는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하면 오산. 오히려 결혼한 뒤에 기념일을 특별한 날로 꾸미면 메말라가던 부부 관계도 돈독해지고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부부들이여, 이날만큼은 연인이 되자!

1 수제 초콜릿 만들기 주부 경력이 몇 년인데, 초콜릿 정도야 식은 죽 먹기. 초콜릿 매스 등 여러 가지 재료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를 일일 조수로 채용하는 것도 좋겠다. “고생하시는 아빠를 위해 우리가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드리는 거야” 하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으로 아이와 함께 초콜릿을 만들어보자. 아이에게는 교육적 효과를, 남편에게는 사랑과 감동을, 일석이조가 아니고 뭐겠는가.

2 속옷 선물로 화끈한 밤을? 늘 입던 속옷이 아닌 젊은 느낌의 속옷을 선물해보자. 약간 오버해서 ‘T팬티’를 선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쨌거나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의 이벤트가 아니겠는가. 더불어 조금은 에로틱한 느낌의 본인 속옷도 함께 준비해 뜨거운 밤을 선사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루했던 일상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3 평소에 벼르던 전자제품 선물해주기 다소 거금이라 남편이 갖고 싶어 하는 걸 알면서도 섣불리 구입할 수 없었던 전자제품들. 이런 날 깜짝 이벤트처럼 남편 앞에 내놓는 거다. 기념일도 챙기고 어차피 돈이 모이면 살 물건이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PMP, 노트북, 카메라 등 넓게 보면 다 부부 공동의 물건이 아니던가. 남편에게는 통 크고 관대한 아내로 존경(?)받을 수 있다.

4 부부 사이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 사실 부부 사이에 거창한 이벤트는 그다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좋아하는 와인과 사랑의 마음을 적은 카드 한 장 정도면 그에게 충분한 감동의 선물이 될 것이다. “내가 얼마나 든든하게 생각하는지 알지? 자기, 연애할 때보다 더 멋있어졌어!” 이런 애교의 말까지 더하면 금상첨화.

출처: 리빙센스
취재|홍유진(프리랜서)

by 트래블러 2010. 4. 16. 02:21